체스계의 전설인 ‘괴짜 천재’ 바비 피셔가 17일 아이슬랜드에서 6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피셔의 친구인 가다르 스베리손은 18일 “피셔의 지병이 악화해 어제 아이슬랜드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바비 피셔는 냉전시대인 1972년 구 소련의 세계체스챔피언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 ‘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말년에는 미국 정부의 수배를 피해 13년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등 기구한 인생을 보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피셔는 독학으로 체스를 배워 14세 때 미국 체스 챔피언에 올라 8연패할 정도로 체스 천재였다. IQ도 아인슈타인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셔는 29세 때 아이슬랜드에서 열린 체스 대회에서 당시 세계 챔피언이던 보리스 스파스키를 7승 3패 11무승부로 따돌려, 미국인으로선 100년만에 첫 세계체스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피셔는 냉전의 대리전과 같았던 대결에서 승리한 뒤 각종 후원 제의를 받았지만, 체스 게임을 그만 두고 은둔했다가 1992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린 세계체스대회에 참가하면서 졸지에 수배자 신세가 됐다.
당시 미국이 유고에 대한 봉쇄령을 내렸지만 스파스키와의 30년 만의 재대결을 위해 유고에 입국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국제미아가 된 피셔는 일본에서 숨어지내다 발각돼 9개월간 구금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아이슬랜드로 정착했다. 그는 수배기간 “부시와 고이즈미는 교수형에 처해야할 전범” “미국이 악의 축”이라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 일본을 향해 독설을 쏟아부었고, 9ㆍ11 테러를 찬양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미국인의 분노를 샀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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