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눈병을 고쳤다는 초정리 광천수, 북한이 소화기 질환에 특효라고 광고하는 석왕사 샘물 등 그냥 물로 보기엔 효험있는 물이 꽤 있다. 이름 그대로 약수(藥水)다. 최근에는 수소수, 산소수 등 항산화 효과로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가공수까지 등장했다. 이런 물들이 진짜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전문가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굳이 기능성 물까지 마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인체의 70%가 물이니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해균이 없어야 하고, pH 7.5 정도의 약알칼리성이며, 용존산소가 풍부한 물”을 최고로 꼽았다. 하루 권장량은 1.2리터.
깨끗하고 믿을 만한 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만 물에만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안윤옥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물로 섭취할 수 있는 미네랄의 양은 하루 권장량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미네랄은 식품으로 섭취하고, 수분 섭취는 깨끗한 정제수를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산소수, 수소수 등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유행을 따르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나 너무 믿지는 않는 게 좋다는 얘기다.
무거운 물통을 들고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깨끗하고 믿을 만한 물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반 소매점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용기 겉에 붙여 있는 표시사항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박석천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사무관은 “지하에서 뽑아올린 일반 생수는 판매 전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는지 수십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에 탄산이나 과일 향을 넣은 물은 기능성 음료로 분류해 식약청에서 관리한다. ‘식약청 기준에 따른 표시사항’이나 ‘허가 필증’이 붙어 있다면 믿을 만한 물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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