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 피해 어민 2명이 음독 자살한데 매출 급감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횟집 주인이 분신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다.
18일 오후 1시45분께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버스터미널 옆에서 열린 서해 유류사고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에 참가한 지창환(56)씨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연설하는 도중 제초제를 마시고 연단으로 뛰어 올라가 500㎖ 생수병에 담아온 시너를 몸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지씨가 분신을 하자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달려들어 간이소화기와 옷 등으로 불을 끈 뒤 지씨를 119구급차에 실어 태안의료원으로 후송했다. 지씨는 천안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제초제를 마신데다 화상도 심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태안읍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지씨는 원유유출 사고 이후 손님이 끊겨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태안 지역에서는 15일 맨손 어업을 해온 김모(73)씨가, 10일에는 굴양식업을 해온 이모(66)씨가 각각 음독 자살하는 등 원유 유출 피해에 따른 생활고를 비관한 주민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태안 주민 5,000여명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가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 주민 피해손실액을 완전 보상하고 생계지원금을 우선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해양환경이 완전 복원될 때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유조선사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주민들은 “정부가 충남도에 300억원을 지원하고고, 국민성금도 290억원이나 모였다지만 우리는 1원도 못 받았다”며 “몇 푼 나올지 모르는 보상금을 기다리다 모두 굶어죽을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원유유출 사고 이후 관광객 발길이 급감하고 서해산 수산물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태안 지역 경제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대표적 관광지인 안면도 휴양림 입장객수는 사고 이후 70% 이상 감소했다. 한 펜션 업주는 “언제 손님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소비자들이 서해산 수산물을 기피하는데다 보상 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조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낚싯배 등을 팔아치우고 원양어선을 타러 나간 어민도 있다. 가로림만의 한 어촌계장은 “오염되지 않은 감태와 굴을 따서 거래처에 보냈으나 서해산은 소비자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반품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해산 수산물 기피 현상의 불똥은 농산물로까지 튀고 있다. 태안의 쌀 전업농 문모(46)씨는 “수년간 서울과 대전 등지의 도매상과 개인 소비자들에게 쌀 수십 가마를 보내왔으나 원유유출 사고 이후 문의 전화조차 끊겼다”고 말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방제활동에 모아졌던 국민적 온정도 이제 관광, 소비 운동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태안=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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