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지명전의 무대가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으로 옮겨지면서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주자들이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전체의 14%로 이미 흑인(12%)을 앞질러 최대 소수인종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히스패닉 유권자도 전체의 9%로 대선 판도에 큰 변수로 부상했다.
19일 양당의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지는 네바다주의 경우,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고 등록된 히스패닉 유권자도 전체의 12~15%에 달해 히스패닉 표심이 코커스를 통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읽기에 들어간 네바다 코커스에서는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고 이들은 이번 코커스에서도 민주당 투표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네바다주 연방지법이 17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호텔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9개 카지노 특별 선거구'설치를 인정한 것은 일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대접전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유리한 고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6만여 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네바다주 요식업계 노조가 이미 오바마 의원 지지를 선언했는데 이들 노조원들의 상당수는 카지노 호텔에서 일하는 히스패닉들이다.
이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힐러리 의원을 지지하는 네바다주 교사노조가 카지노 특별 선거구 설치는 연방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으나 네바다주 연방지법은 오바마 진영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측은 "요식업 노조 지도자들이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했을 뿐 대다수 노조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 노조원들에 대한 각개 격파를 시도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히스패닉들이 대부분 소득이 낮은 이민자들임을 감안, 이들을 타깃으로 한 경제 정책을 앞세워 히스패닉 유권자들과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
히스패닉 표심과 관련, 네바다 코커스가 중요한 이유는 이 곳의 결과가 히스패닉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욕, 일리노이,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에서의 향후 경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선택이 2월5일 '슈퍼 화요일'승부에도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때문에 힐러리, 오바마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등 미국 전역에서 스페인어 정치광고를 내보내고 있고 전화모금을 할 때도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쓰고 있다. 가정 방문 때에는 스페인어를 잘 하는 선거 운동원들을 포함시키는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흑인인 '토크쇼의 여왕'오프라 윈프리가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며 기세를 올리자 16일 ABC 방송의 간판 드라마 '어글리 베티(Ugly Betty)에 출연, 1,600만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히스패닉 스타 아메리카 페레라의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공화당에서는 많은 히스패닉들이 농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에 경선 전체의 사활을 걸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히스패닉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히스패닉 이민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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