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 글ㆍ그림 / 한솔수북 발행ㆍ44쪽ㆍ9,500원
어머나! 이게뭐야.
아침에 눈을 뜬 지호는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다. 자신의 바지 뒤로 털이 수북한 꼬리가 삐져나와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놀릴텐데…벌써부터 아이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바지 속에 쑤셔 넣어볼까? 아니면 아빠의 긴 코트로 가려볼까?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한숨이 나오지만 손으로 꼬리를 가리고 학교를 가는 수 밖에.
지호는 땅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도를 건너지만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다.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 들어선 골목길. 걱정하면 걱정할수록 꼬리는 더욱 커져 어느새 지호보다 커져버렸다.
뒤늦게 살금살금 교문에 들어서는데 짝궁 민희와 마주쳐버렸다. 민희가 꼬리를 보면 안되는데…그런데 이게 웬일. “저 내 수염 봤어?”라고 부끄럽게 묻는 민희의 입주위에는 얄미운 수염이 매달려 있다.
놀라워라. 민희와 손을 맞잡고 교실문을 여니 코끼리 코가 달린 친구, 사슴 뿔이 달린 친구, 토끼 귀를 가진 친구들이 자신들을 환영하는 것 아닌가.
지호의 뒤에서 달랑거리는 꼬리란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목소리가 가냘프다는 이유로, 운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의 고민거리를 갖고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민이 해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아이의 몫이지만, 작가는 이 동화를 통해 “모든 이가 예외없이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호의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짊어져야 할 성장통 같은 것. 고민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지만, 고민을 탈출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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