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세영 시인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세영 시인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 출간

입력
2008.01.21 05:15
0 0

중진시인 오세영(66)씨가 17번째 시집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를 상재했다. 작년 6월 출간된 <오세영 시전집> (전2권)에 먼저 실었던 것을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108편의 시가 7부로 나뉜 이 시집은 한반도의 산하를 하나씩 호명한 ‘국토시집’이다.

1~3부에선 각각 산, 강, 섬을, 4~7부에선 봉우리, 포구, 마을, 바위, 호수, 정자 등 다양한 지물(地物)을 그대로 제목과 소재로 삼았다. 시인은 자서에 “나이 탓일까. …나를 이 지상에 태어나게 하고 내 생명을 영위케 해준 국토, 죽으면 다시 내 육신과 영혼이 돌아가야 할 이 땅의 성스러움이 새삼 외경의 마음으로 다가온다”고 적었다.

때론 유장하게, 때론 섬세하게 시인은 각 자연마다 독특한 서정을 부여한다. ‘그대 없인 이 땅 위에/ 역사도 생존도 없었거니,/ …/ 단군이 그곳에서 열어주신 그 보석 같은/ 한국어로/ 누가 눈물 없이 그대를 소리쳐/ 불러보았다 하는가.’라며 백두산을 기리고, 설악산은 ‘매혹적인/ 처녀 하나/ 동해 푸른 바닷가에 앉아/ 철없이 물장난을 치고 있다.’고 찬미한다. ‘천년을 한 자세로 결가부좌 중’인 계룡산, ‘하늘을 입에 함쑥 문 홍련(紅蓮)’ 같은 오대산, ‘지상에서 욕된 자는 몸이 무거워/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는 ‘하늘 문에 걸린 사다리’인 마니산…. 국토는 시인의 투명한 시심을 거쳐 아름답게 다각 굴절한다.

풍경만이 아니다. 시인은 조국 땅에 아로새겨진 실존적 역사를 성찰한다. 일테면 태화강을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 흐르는 강’이라고 정의하면서 ‘반구대, 천전리 석벽에 새겼던 조상의 꿈이/ 오늘날/ 울산 공단의 그 건강한 노동과 더불어 이처럼/ 찬란하게 결실을 맺었’다고 노래한다. 새만금에 대해선 ‘더 이상 전라도 개땅쇠라 부를 수 없음이/ 아쉽기는 하다마는/ 우리 이 자리에 더 크고 더 고운/ 생명의 씨를 뿌리고 키우리라.’며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집을 빛내는 것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삶에 대한 시인의 깊은 사유다. 풍장(風葬)의 전통이 남아 있는 사량도(경남 통영)에서 시인은 죽거든 시신을 ‘쓰린 해풍과 따가운 햇살에 절로/ 삭도록 내버려’ 달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육탈이 끝나고 일개 촉루가 되어 남는다면/ 나 또 다른 한 생을 이제 마른 백골로 살지니/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회한 휘파람으로 울게 해다오.’

이훈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