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한인 입양아 출신 제시카 넬슨(36)씨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동방사회복지회 상담실에서 설레는 만남을 가졌다. 7개월 된 미경이를 위탁모로부터 인계받아 모녀의 연을 맺은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제시카를 자식으로 받아준 미국인 양부모 커티스와 수잔 하트씨를 비롯해 남편 스티브(42), 아들 알렉스(8)와 사무엘(6), 양언니 줄리와 여동생 조이 등 대가족이 함께해 진한 감동을 더했다. 가족 중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줄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11일 제시카의 새로운 가족맞이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시카는 한국에서 딸 에이바(3)를 입양한 적이 있기 때문에 미경이가 두번째다.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는데도 딸 2명을 연이어 입양한 데는 양부모의 지극한 가족사랑이 있었다.
어릴 적 대전역에서 발견돼 입양기관으로 넘겨진 제시카는 19개월 되던 해 양부모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갔다. 역시 한국에서 입양된 언니 줄리와 함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게 자랐다.
양부모는 친아들이 두 명이나 있었지만 줄리나 제시카를 단 한번도 차별하지 않았다. 이런 단란한 환경에서 자란 제시카는 자신도 같은 처지의 한국 아동을 입양, 내리사랑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두 아들이 있는데도 2006년 대전에서 태어난 에이바를 딸로 받아들인 데 이어 이번에 미경이를 또 다시 입양했다.
에이바도 그랬지만 미경이도 체중이 적게 나가는데다 미숙아에 가까워 다른 사람들이 입양을 꺼렸다. 하지만 제시카는 오히려 이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여겨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역시 입양 당시 영양실조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양부모의 사랑 덕분에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새 식구를 맞는 가족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알렉스는 성탄 선물로 받은 디지털 카메라로 막내 동생 미경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두 이모는 비디오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아냈다. 어린 외손자의 재롱에 하트씨 부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19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는 제시카는 “미경이는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안겨줄 복덩이”라며 “양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딸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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