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래에셋생명과 현대해상은 각각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에서 급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두 업체는 실적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여러 명에게 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두 명의 CEO가 경영과 영업을 나누어 맡고 있고, 미래에셋생명은 올해부터 ‘부문별 5대표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복수 CEO제는 그간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종종 운영해 왔다. 삼성 포스코 등은 사업부문에 따라 여러 명의 대표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계에서도 수익원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복수CEO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맡은 일이 아니면 바로 옆 부서가 하는 일도 모른다는 금융업계의 배타적인 전문성으로 볼 때, 사인만 하는 총괄 CEO보다 분업에 중점을 둔 다수의 전문CEO가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해상은 이철영 서태창 대표이사 체제라는 복수CEO가 출범된 후 지난 1년간 20%의 매출 신장률을 올리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180%나 늘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부문별로 두분 다 경영과 영업쪽에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두 명의 CEO를 선임했다”며 “결과적으로 무척 성공적이다”고 평가했다. 각각 부사장 직함으로 경영총괄, 영업총괄 대표이사를 맡았던 두 사람은 올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변액보험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생보업계 ‘빅3’(삼성 대한 교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윤진홍 사장 외에 올해 무려 5명의 대표를 선임했다. 대표의 개념을 더욱 세분화해 고객서비스대표, FC1영업대표, FC2영업대표, 채널영업대표, 법인영업대표로 나눴다.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대표이사에게서 전혀 개입을 받지 않는 부분별 최고 결정자들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대표이사는 부문간 이견 조정 및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대부분의 전결권은 대표로 이관됐다”며 “대표이사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퇴직연금 활성화 및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복수대표제 도입이 다변화된 금융환경에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변화’라고 강조한다. 회사 성장에 따라 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챙기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펀드판매 신탁업 금융프라자 등 신사업 분야가 급증해 놓치기 쉬운 부분에까지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수대표제는 경영효율성 외에도 인재양성, 인사평가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최고경영자를 목전에 둔 인재들에게 능력발휘의 장을 제공함과 동시에 경쟁과 협력, 부분별 정확한 성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복수 대표제의 장점으로 ▲권한 이양을 통해 장래의 지도자 양성 ▲신규 사업 추진 시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 ▲대표간(마케팅 채널간) 경쟁을 통한 영업 활성화▲사업별 손익이나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보상을 꼽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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