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17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18일 민주당과 국민중심당도 방문할 계획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상대 당 대표를 직접 찾아 국정을 상의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일은 헌정사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취임 이후에도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 대표들과 끊임없이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당선인과 신당 손학규 대표의 회동은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11개월 만이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당 소속이었다는 친밀감을 내보였지만, 손 대표가 야당 대표로 마주한 상황인 만큼 은근한 신경전도 느껴졌다.
손 대표는 여야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당선인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되도록이면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라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옛날 식이 아닌 새로운 식으로…”라며 응수했다.
이어 손 대표가 “그런데 당선자가 제가 썼던 것을 뺏어갔다. 제가 탈당해서 내건 게 선진 평화다”라고 농담조로 문제삼자, 이 당선인은 “좋은 것은 여야를 떠나서 해야지”라고 맞받아쳤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손 대표는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 같고, 총리 위상이 많이 격하됐다” “통일부 (폐지) 문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검토돼야 할 것 같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청와대 위상이 강화된 것은 아니며 내각을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면서 “청와대 수석들을 차관급으로 낮추고 경호실장도 처장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또 “남북 문제도 통일부와 통일전선부가 둘이 수군수군해서 밀실에서 하는 시대는 지났고 전면적으로 확대하면서 부처끼리 다 협조해야 한다”고 통일부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민노당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도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중간중간 긴장감이 고조된 순간도 있었다. 심 위원장이 먼저 “힘있는 부처는 더 힘이 막강해지고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부서는 힘이 줄어드는 강익강 약익약(强益强 弱益弱)의 걱정을 하는 분이 많다”며 “여성부처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돼야 한다.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우선 섭섭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재직 때 여성부처를 따로 두니 다른 부처에서 관심이 없어 (일이) 진전이 안 되는 게 확실했다”고 응수했다. 이어 심 위원장이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시키면…”이라며 공세를 이어가려 하자 이 당선인은 “내가 딸이 셋이에요”라면서 살짝 논쟁을 비켜 갔다.
한편 이 당선인은 이날 저녁 예정에 없이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 전원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 이 당선인은 만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확정 등 그간의 인수위 활동에 대해 격려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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