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식 불고기 집의 대명사로 70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 종로의 한식집 ‘한일관’(사진)이 잠시 문을 닫는다. 종로 청진동 일대가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올 하반기부터 개발됨에 따라 올 5월까지만 영업할 예정이다.
한일관은 1939년 제일은행 본점(종각역 1번 출구) 뒤 현재의 위치인 청진동 119의 1에에 ‘화선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한국에서 제일 가는 음식점으로 거듭나자’는 의미에서 ‘한일관 (韓一館)’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故) 신우경 할머니가 문을 연 후 독특한 음식맛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당시 인근에 3층짜리 대형 음식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궁중의 맛 너비아니를 ‘한국 대중의 맛’ 불고기로 바꾸면서 유력 인사들의 회식 장소로 애용된 것이다. 1950년대에는 조리사들이 직접 청와대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 정도로 솜씨를 인정 받았다.
특히 역대 대통령은 물론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생전에 매주 한 차례 이사상은 이곳을 찾았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은 해외출장 시 공수된 한일관의 육수와 만두를 즐겼을 정도다.
한일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故) 이승만, 고(故) 박정희 대통령, 현(現) 노무현 대통령,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명실공히 종로의 명소가 되었다’고 자랑할 정도다. 해마다 제야에 보신각종을 친 서울시장들이 일행과 함께 새해를 맞는 곳도 이곳이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會根康弘) 전 일본 총리와 인기그룹 동방신기 등 수많은 연예인들도 찾았다.
현재는 신 할머니의 딸 길순정씨에 이어 손녀인 김이숙(47)씨와 김은숙(44)씨가 3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다. 한때 명동에 분점을 내 이 일대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명동이 패션과 금융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1997년 문을 닫고 종로 본점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당시 사업을 물려 받는 자매는 처음으로 6개월동안 문을 닫고 대공사를 펼치기도 했다.
한일관 관계자는 70년 된 건물인 만큼 근대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음식점의 전통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음식이라는 것이다.
한일관은 3년 뒤 개발이 끝나면 현재 장소 위에 건립되는 신축 건물로 되돌아올 예정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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