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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댄스 댄스 댄스

입력
2008.01.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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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사전공투 세대의 '상실'… 하루키 문학의 기원

1969년 1월 18일 일본 도쿄대에서 야스다(安田) 사건이 일어났다. 반제ㆍ반전과 ‘제국대학 도쿄대 해체’를 외치며 교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야스다강당을 점거하던 전공투(全共鬪ㆍ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학생들과 경찰 간에 벌어진 공방전이다. 이틀의 공방전은 일본 전역에 TV로 생중계됐다. 학생들이 기동대에 진압되면서 1960년대말 일본 학생운동의 절정을 이룬 야스다 사건은 막을 내렸다. 올해는 1968년 세계를 변혁의 물결로 휩쓸었던 ‘68혁명’ 40주년이기도 하다.

전공투는 일본 한 세대의 의식을 지배했다. 작가들 중에 전공투와 관련된 이들로는 얼른 미시마 유키오(1925~1970)와 무라카미 하루키(59) 무라카미 류(56), 이른바 ‘투 무라카미’가 떠오른다. 당대 일본 최고의 작가였던 미시마는 야스다 사건 4개월 후 전공투의 초청을 받고 휴교령이 내려진 도쿄대에서 800여명의 학생들과 토론에 나섰다.

그 이듬해 일본 재무장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 미시마와 좌파 전공투, 일본 천황 정치 폭력 문학에 관한 그들의 불꽃튀는 논쟁을 담은 책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 는 2006년에 번역됐다. 무라카미 류도 <69> 등 작품 전반에서 전공투 세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루키다. 20대 초반 대학 시절이 전공투의 소용돌이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하루키 문학의 기원을 하나만 꼽으라면 전공투적 이상주의의 좌절, 그 상실과 허무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그것 뿐인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진 않았다. 언제든 언제든 언제든, 사물의 존재 양식은 같은 것이다. 다만 연호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 들어섰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 없는, 쓰고 버릴 음악은 어느 시대에건 존재했고, 이제부터 앞날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처럼.” <댄스 댄스> (1988)의 한 구절. 하루키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흡인력 있게 읽히던 소설로 기억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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