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23)는 언뜻 튀어보인다. 눈썹 위에서 반짝이는 피어싱과 184라는 어마어마한 IQ, 미니홈피 첫 페이지에 공개된 휴대전화 번호까지. “별로 전화도 안오던데요?” “IQ 높은 거 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돼요. 악보를 좀 쉽게 외우는 정도?”
“피어싱이요? 나이 더 먹으면 빼야죠.” 무심한 듯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 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마치 그의 음악처럼 진지하고 어른스러웠다.
1997년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 콩쿠르 2위를 시작으로 2004년 칼 닐센 콩쿠르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권혁주는 첫 손에 꼽히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뛰어난 기량과 성숙한 음악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9세 때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그는 지난해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졸업하고 귀국, 잠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다시 유학을 떠난다. 새로운 단계로 가기 위한 과도기인 셈이다. 그는 “좀 쉬어가려고 했는데 연주가 많아서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40여회의 연주를 소화한 그는 올해도 바쁘게 출발한다. 이달 초 대전시향의 신년음악회에 섰고, 2월 2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3월에는 모스크바에서 독주회와 협연이 있고, 4월 수원시향 협연, 5월 독일과 이탈리아 공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해외 연주 스케줄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스케줄을 잡고 프로그램을 정하고 연주료를 협상하는 것까지 스스로 한다.
서울시향 공연에서 연주할 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 화려한 기교와 명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차르트 작품을 워낙 좋아해 콩쿠르마다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는 권혁주는 “4번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시절인 여덟 살 때 공부하던 악보를 찾아 다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를 물었더니 “연주를 계속 하면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모두의 기대를 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치고는 너무 소박한 거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권혁주는 역시나 한참 뜸을 들인 후 입을 뗐다. “음악계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 막강하잖아요. 음악을 하는 또래 친구들과 ‘우리가 유대인을 뛰어넘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 받은 경험이 있어요. ‘한국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 하나가 잘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여럿이 힘을 합쳐야죠.”
김지원 기자 eddie@hk.co.kr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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