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가 현행 18부4처인 정부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하는 대수술을 예고한 데 대해 행정ㆍ조직 전문가들은 ‘슬림화’라는 기본 방향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청와대의 역할 강화와 기획재정부 신설 및 통일부 폐지, 교육ㆍ과기ㆍ산자ㆍ정통부 등 통폐합 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한국조직학회 회장인 이창원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부처 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선진 외국의 부 단위 정부조직이 15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18개는 많은 게 틀림없다”며 “이번에 7개 부처를 감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대부대국(大部大局)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의 각론에 있어선 기대와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유홍림 단국대 교수 등은 90점 이상을 준 반면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70점 정도라고 말했다.
우선 청와대를 실질적인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로 삼는 데 대해 김광웅 명예교수는 “대통령제하에서는 당연한 역할”이라고 했지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대통령실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홍림 교수는 “경제수석과 정무수석 자리에 추진력과 조정력을 겸비한 사람을 기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룡 부처’ 논란이 일고 있는 기획재정부 신설에 대해선 비판적인 견해가 다수였다. 이창원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쪼개졌던 재경원을 다시 환원시킨 형태”라며 “집행력과 추진력은 커지겠지만 위험 관리나 상호견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형 서울대 교수와 김선빈 수석연구원도 “기획재정부가 담당할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고,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의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폐지와 관련, 홍준형 교수는 “통일부의 슬림화는 필요하지만 외교부에 통합할 경우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원혁 연구위원도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기본합의서 정신에도 맞지 않고 북한을 사실상 외국으로 취급한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엄연하게 국가로 존재하는 북학과의 관계를 외교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김광웅 명예교수)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교육부와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의 통폐합에 대해 김광웅 명예교수는 “산자부에 기존의 과기부가 갖고 있던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을 통합한 것은 기능의 단순 통합에만 몰두한 징표”라고 말했다.
홍준형 교수도 “정통부는 정보화시대에 요구됐던 일종의 행정조직인데 이를 해체할 만한 수준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기능의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데 대해 “지방정부가 그만한 역량을 갖춘 상황인지 의문”(문명재 교수)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후속조치의 필요성도 적극 제기했다.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통폐합 부처들 사이의 합병증후군, 이를 테면 인사에서의 주도권 경쟁, 타 부처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충돌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섬세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광웅 명예교수는 “각 부처 안에 있는 국ㆍ과를 통폐합하는 것과 정부 내부의 간섭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