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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입장차만 확인… 등급제 접점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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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입장차만 확인… 등급제 접점 못찾아

입력
2008.01.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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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혼란이 극심해 보완은 당연한 조치다.”, “등급제가 없어질 경우 대학 서열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1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 한 식당. 자리를 가득 메운 서울대 연세대 인하대 등 서울·경인 지역 35개 대학 입학처장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차기 정부에서 추진될 수능 등급제 개선과 대입 자율화 방안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격렬한 논쟁속에 대학별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초점은 단연 수능 등급제에 모아졌다. 상위권 대학들은 “우수 학생을 뽑는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능 등급제 보완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주문했다. 반면 중ㆍ하위권 대학들은 “등급제가 사라지면 대학 서열화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맞섰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2008학년도 입시는 수능 등급제 변별력 때문에 혼란스러웠으며, 표준점수와 백분위 공개가 등급제 폐지를 의미 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등급제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역의 중위권 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등급제는 이미 3년 전 예고됐고 많은 준비를 거쳤기 때문에 존속시켜야 마땅하다”며 “등급제 혼란은 (상위권)대학들이 기존 점수제 처럼 등급을 활용하려는 탓에 생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예비 고3의 수능이 열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바꾸면 어떡 하란 말이냐”며 “입학처장들이 보완 시기를 찬반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입학처장들은 2시간이 넘는 난상토론 끝에 수능 등급제 보완으로 일단 입장을 정리했지만 적용 시기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다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함께 논의될 예정이던 대입 자율화 방안은 등급제 ‘위세’에 눌려 대학들이 입장 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당초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는 6개 권역별로 수능 등급제와 대입자율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날 ‘맏형’ 격인 서울ㆍ경인지역 대학들이 수능 등급제 보완 시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2009학년도 대입 전형을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서울·경인지역 대학 총 68명의 입학처장 중 절반 가량이 참석했다. 모임에 불참한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많은 인원이 모이면 심도 있는 토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모임 자체가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을 게 뻔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여겨져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학처장 모임을 마친 강원과 부산ㆍ울산ㆍ경남, 광주ㆍ전남 권역 대학들은 시기와 상관없이 수능 등급제를 보완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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