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년 동안 공들여 쌓았던 ‘위원회 공화국’이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파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416개에 달하는 정부 산하 위원회 가운데 215개가 폐지되고, 201개만 남게 됐다. 특히 대통령의 역점 사업 추진을 위해 설치했던 대통령 소속 위원회 31개 가운데 22개가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국민고충처리위 국가균형발전위 저출산고령위 동북아시대위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인사위는 행정안전부로 흡수되고, 국가청렴위는 새로 생긴 국가권익위원회로 흡수된다.
이들 위원회는 참여정부 5년 동안 꾸준히 조직을 키우며, 중요한 정부 정책 결정을 사실상 쥐락펴락 해왔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로 고위직 수를 늘리고, 행정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존치되는 9개 위원회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통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과학기술자문회의 등 4개는 헌법이 설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하지는 않지만 상설 사무처를 폐지(민주평통 제외)하고 임의기구로 두기로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살아 남는 위원회는 노사정위 한미FTA 대책위 등 5개 뿐이다.
총리실 산하 위원회도 대폭 정비된다. 현재 49개에 달하는 위원회 가운데 11개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기타 각 부처 산하 위원회 331개 가운데도 151개가 폐지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폐지 기준으로 ▦설립목적을 완료했거나 ▦운영실적이 미미하고 ▦다른 부처에 유사 위원회가 있는 경우를 제시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14개 과거사위원회도 모두 폐지하고 진실화해위로 통합키로 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군의문사 진상규명, 진실화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 위원회 등 법률에 근거를 둔 5개는 올 7월~2010년 7월까지 정해진 기한이 다하면 폐지된다. 나머지 민주화운동관련자, 제주 4ㆍ3 사건, 노근리사건 희생자 등과 관련한 9개 위원회는 설립목적을 대부분 달성했으므로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그 동안 독립위원회로 존재했던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편입하고,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 대통령 국책과제위, 총리 직속 국민권익위원회 등 6~7개 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대통령 소속 8개 행정위원회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국가과제로서 호흡이 긴 규제 개혁을 청와대가 주도권을 갖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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