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을 가지러 가다 7살쯤 아이가 집 앞 도랑물을 마시며 웃는 모습에 발을 뗄 수 없었습니다”(차이나, 홈스쿨링 중2과정)
“더럽고 냄새 나는 내 양말을 만지며 부러워하는 한 아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정경운, 명지외고)
“동물의 왕국에서나 나올 것 같은 집에 한 식구가 모여 사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이윤지,세원고)
“숨막히는 쓰레기 악취, 쇠똥과 쓰레기가 널브러진 곳을 활보하는 아이들, 화장실도 없이 아무데나 배설하는 사람들, 상처가 곪아 문드러진 사람들,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정창섭, 안산동산고)
“머리 감고 이 닦는 것이 우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이곳 아이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김나래, 명지고)
유니세프 자원봉사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캄보디아 빈민지역 어린이들의 생활모습은 상상해본적도 없는 말 그대로 충격과 혼란이었다.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23명의 청소년들이 ‘땀으로, 세계로, 미래로!’하는 주제로 4일부터 14일까지 캄보디아 빈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제 고3인데 제정신이냐’ ‘봉사활동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 아니냐’는 친구들의 비아냥도 있었다.
처음 접한 불결한 환경에 주저하기도 했지만 30도를 넘는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100여 가구 주민들이 2개의 화장실로 버티는 썹바이 빈민들을 위해 삽을 들었고, 이가 득실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감기기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부쳤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톤레삽 수상가옥 빈민촌 아이들을 위해서는 음식을 만들고, 때가 꼬질꼬질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헤어질 땐 땀보다 더 많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봉사냐’라고 할 수도 하겠지만 무거운 책가방 메는 것, 공부하는 것 외에는 해 본적이 없는 청소년들에겐 큰 결심이 필요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10일간의 짧은 봉사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의 마음은 어른보다도 큰 덩치 만큼이나 훌쩍 자라 있었다.
“여기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평이 없는데 난 늘 돈 많은 사람만 보고 부러워했어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굳은 살이 배기고 물집이 터져 상처 난 아이들의 발을 보며 여기 오기 전 엄마에게 새 신발을 사달라고 졸랐던 나의 모습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집이 몇 평이고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민감했던 나와 친구들, 정말 한심했습니다”
“봉사라고 해서 나눠주려고 왔는데 제가 더 많이 받아 가는 것 같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내가 미소를 지을 때 아이들은 더 크게 웃고 행복해 했습니다. 나눔의 소중함을 배워갑니다”
불평불만하지 않기, 늘 웃음짓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 편식하지 말기, 음식 남기지 말기, 행복한 삶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살기 등 봉사활동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소망은 간단하지만 쉽지않은 현실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은 한 층 더 단단해져 있었다.
** 한국일보 포토온라인저널(http://photoon.hankooki.com)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 후원이나 자원봉사에 관한 사항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http://www.unicef.or.kr)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프놈펜.시엠립(캄보디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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