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F, 사르코지는 A’
최근 중동을 순방한 미국과 프랑스 정상들의 외교 성적 결과다. 임기 내 중동 평화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며 중동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반면, 외교보다 사생활이 부각됐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부시의 평화 외교는 “행동은 없고 말 뿐”이란 비판에 직면해 성과가 불투명한 반면, 중동에 민수용 핵 기술을 판매한 사르코지의 세일즈 외교는 ‘핵 보유’라는 중동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며 빛을 발하고 있다.
▦ 말이 우선인 부시의 평화 외교
부시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1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평화 외교는 중동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정반대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도 부시의 중동순방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순방 중에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집중 거론했으나 현지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진정성부터 의심했다. 반세기가 넘는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갈등을 1년 안에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도 “어리석은 학생이 시험 전날 밤 벼락치기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15, 16일 이_팔 무장세력간 공격이 발생, 20여명이 숨져 부시의 자평을 무색케 했다.
핵 의혹을 제기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순방 내내 이란 때리기에 나섰던 부시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떠난 직후, 셰이크 모하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이란 테헤란을 방문 “쿠웨이트는 누가 적이고 누가 우방인 줄 안다”며 “이란은 우리의 우방이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최종 방문국인 이집트에서는 반미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 사르코지의 핵 세일즈 외교
사르코지 대통령은 3일간의 짧은 순방 동안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핵 세일즈’를 성사시켜 알맹이 없는 부시 대통령과 대조를 보였다.
15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민수용 핵 발전소 건립을 협의한 데 이어 중동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영구 군사기지 설립을 합의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7일 “미국 외의 서방 국가가 중동에 군사기지를 세우기는 프랑스가 처음”이라며 “프랑스가 중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에서도 민수용 핵 발전소 건립을 위한 사전 협의를 마쳤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순방은 프랑스가 중동 안정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프랑스 외교가 이제 중동으로 전략적 이동을 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전했다.
프랑스가 중동국가의 새로운 동맹국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적극적인 ‘핵 세일즈’ 덕분이다. 부시 대통령이 중동에서 강경 일변도의 전략으로 채찍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사르코지 대통령은 채찍과 ‘핵’이란 당근을 적절히 구사, 중동 국가들의 환심을 산 것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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