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대통령과 봉황(鳳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대통령과 봉황(鳳凰)

입력
2008.01.17 14:53
0 0

요즘 언론을 보면 1면은 늘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활동이 차지하는 듯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고 열심히 기사를 읽게 된다. 그러던 중 이런 기사를 보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청와대에서 봉황 무늬 표장(標章)을 없애라고 최근 지시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 당선자는 5년간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각오"라면서 "봉황이 대통령과 국민 간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상징물이라는 차원에서 폐지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 봉황표장 없애라는 이 당선인

봉황무늬 표장은 1967년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가 제정된 이후 계속 사용해왔던 것인데, 이 당선인의 측근은 "봉황 표장 대신 청와대의 기존 CI를 사용하거나 아예 표장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독재시대의 권위적인 지도자를 지양하는 마음이야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봉황에 대한 이해가 너무 아쉽다.

우선 필자의 말보다 중국의 저명한 학자의 글을 인용해 보자. 이택후(李澤厚)는 <미(美)의 역정(歷程) 윤수영 역> 이라는 책에서 중국에서 용(龍) 토템의 출현과 배경 등을 설명한 후 봉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용사(龍蛇)와 같은 시기, 또는 약간 뒤에 중국의 동쪽 지방에 살고 있던 집단 가운데서 봉조(鳳鳥)가 또 다른 토템의 상징으로 등장하였다.(중략)이 새에 관한 토템은 꾸준히 동방에 살고 있던 집단 가운데서 지극한 예(禮)로 숭배하던 대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중국 최고(最古)의 자전 <설문해자> 를 인용한다. "봉(鳳)은 신비스러운 새이다.(중략)오색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며, 이 새는 동방(東方)의 군자(君子) 나라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책에서 서쪽의 용과 동쪽의 봉으로 대표되는 두 집단이 융합하여 중국 고대문명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취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중국학자 왕대유(王大有)는 <용봉문화원류> 에서 동이족의 문화인 '봉'문화가 한족의 대표 문화인 '용'문화와 함께 동양문화의 기초를 이루었고 은나라까지는 봉이 용에 앞서 있었다고 말한다.

필자가 본 중국의 고전에는 새가 하늘의 뜻을 전하거나 새 이름으로 관직을 삼은 기록이 많은데, 모두 동이족과 연관된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새인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 솟아 있는 솟대를 보라. 솟대 위의 새는 대개 오리라고 불리나 일부 지방에서는 까마귀 기러기 갈매기 따오기 까치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요점은 새라는 것이다. 또한 그 분포는 만주·몽골·시베리아·일본에 이르는 광범한 지역이다.

중국에는 솟대가 없다. 그런데 여진족(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옛 고궁에 오히려 솟대가 솟아 있다. 화랑이 새 깃을 꼽고 고구려가 삼족오를 그린 것도 모두 새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 오랜 문화전통의 상징 살리길

이렇게 동방과 동이족이 '새'를 숭배한 까닭에 그 여러 형상이 합쳐지고 섞이면서 봉황이라는 가장 복합화한 형상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후예들 중 나라를 이루고 봉황을 상징으로 삼은 것은 대한민국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듯 천자는 용, 제후는 봉황이 아니다. 이런 관념은 후일 중화주의에 의해 각색된 것이다. 봉황은 선사시대부터 용과 대등하게 존재해 왔다. 오랜 문화전통을 상징하는 우리의 봉황을 한국의 대통령이 표장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근거가 있고 당연하다.

<저작권자>

박성진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