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색하다. 인재과학부? 인재라는 말뜻을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다. 차기 정부 담당자들이 이야기했을 법한 뜻의 인재를 찾아봤다. 우선 ‘인재(人材)’. 학식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인재(人才).’ 재주가 뛰어나게 놀라운 사람. 이명박 차기 정부가 이런 의미로 인재를 쓰지는 않았을 터. 아마 요즘 유행하는 human resources 즉 인적자원(人的資源)의 줄임말이 아니었을까. 인적자원은 별 얘기도 아니다. ‘사람의 노동력을 다른 물자와 마찬가지로 생산자원의 하나로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교육이라는 말이 공급자 중심의 표현이니 어쩌니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서양의 거의 모든 나라가 교육(education)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게 모두 공급자 중심의 표현이란 말인가. 인재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누가 고르는가. 공급자가 판단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표현조차 사라질 마당이다.
이렇게 보니 지식경제부도 좀 우습다. 현대 경제관념의 변화에 따라 ‘지식 기반 사회(knowledge based economy)’라는 말이 생겼고, 그것을 줄인 지식경제라는 말도 없지는 않다. 다만 국어사전을 뒤졌을 때 아직 보편화한 단어 내지는 표현이 아니다.
■정권을 잡은 소수 인사들이 자기들만 아는 말로 부처 이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 인사들의 의욕과 소신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처 이름은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초 ‘문화부+체육부+홍보처’가 문화체육홍보부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갈 것 같았다가 문화부로 통일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보건+복지+여성부’의 이름이 보건복지여성부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복지부라고 해도 될 듯 싶다. 복지에 보건이 빠질 리 만무하며 여성이 없을 수 없겠다. 문제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부처명은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이미지의 영향을 주는 만큼 이름이 중요하다. 한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이 아니다. 국어에 맞는지, 원하는 뜻의 표현으로서 적합한지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한 두 책사라는 사람들이 주도할 일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이 왜 있는가. 의욕을 평가하되 두루 의견을 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오 년이라도 갈 이름을 함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의욕과 소신은 그대로 사되 작명은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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