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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용주의'도 국민 눈높이로

입력
2008.01.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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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20여일 째 계속되고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인수위였지만 그 동안 내부 혼선, 보안 미비, 애매모호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 등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실용주의' 정부 구성과 '능력위주' 인재 등용을 누누이 강조해 온 만큼 나름대로 그에 맞추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간 성적을 매긴다면 'B플러스'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그야말로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정도의 성적으로 실용주의 정부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1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논리를 앞세운 흔적이 곳곳에 있다. 어떤 부분은 시대역행적 부처통합이나 비(非) 실용적 정부구성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역대 어느 정부나 집권하고 나면 당선인의 뜻에 맞춰 정부를 리모델링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볼썽사나운 모습이나 뜻하지 않았던 정책번복 현상이 수시로 빚어졌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집권을 앞둔 사람들이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부를 이런저런 모양으로 재단하려 하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리모델링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국민으로부터 5년 동안의 한시적 국정 운영을 위임 받은 사람들이 100년이라도 그 권한이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일을 처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불협화음과 시행착오의 대부분이 이런 착각 때문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 당선인이 수시로 강조하는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려면 정부조직 리모델링에 나선 인수위가 당장의 필요성보다는 먼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경제 활성화나 교육ㆍ과학ㆍ산업 진흥 등 시급하고 실용적인 과제의 해법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미래지향적이고 진정한 실용주의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

더욱이 인수위 활동에서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노무현 정부에서 이른바 코드를 잘 맞추어 급성장을 이룬 고위 공직자들이 또 다시 인수위 주변을 맴돌며 이 당선인과 새롭게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다. 제대로 능력 검증이 끝나지 않은 일부 인사들이 이런저런 직함을 받고 앞을 다투어 인수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거슬린다.

냉정히 따져 실용주의의 주된 기초는 정치ㆍ사회적 과제를 떠맡을 사람들의 구성, 즉 인사이고, 인적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과거의 실책이나 잘못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없고, 능력이 출중하다면 오류에 대한 자기 반성을 거쳐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능력' 검증이 추상적 기준, 이를테면 이 당선인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순간 실용주의와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구성된 정부의 국정운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당선인은 물론 인수위는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실용주의 정부 구성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신뢰가 깊어질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5년 간의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지혜는 바로 국민의 눈높이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에 맞추려는 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권혁철 선진화개혁추진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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