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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해외공략위해 현지화 구슬땀/ "이슬람 사전에 이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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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해외공략위해 현지화 구슬땀/ "이슬람 사전에 이자는 없다"

입력
2008.01.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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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품 등 좋아하는 물품리스트를 뽑아 예금가입 시 선물하라. 한두 푼에도 민감하니 수수료는 최대한 낮춰라. 첫 거래만 성사돼 신뢰를 쌓으면 모든 금융거래가 뚫린다.

#베트남: 낮잠시간(낮12시~오후2시)에 찾아오는 고객을 환대하라. 현지은행은 일을 접고 잠을 자느라 오수(午睡)의 고객을 문전박대하기 일쑤니 낮잠시간을 1시간 줄이라.

#인도네시아: 이슬람 경전 <코란> 은 돈이 돈을 낳는 이자를 금지한다. 고객에겐 이자가 아닌 수익을 배당하라.

#미국: 자수성가 한 교민 1, 2세대의 맘을 움직이려면 머슴이 되라. 시스템과 실적으로 무장한 두뇌가 아닌 고객의 잡다한 요구를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손과 발이 되라.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말하는 해외영업 전술의 단편이다.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은행 입장에서 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저마다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지화 전략의 핵심은 해당 국가의 문화 종교 관습 등을 은행 영업과 얼마나 잘 접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진출 국가의 영업현장에서 건져올린 꼬투리나 작은 차이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이 현재 진출한 국가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등으로 동일 지역권을 아우를 수 있는 교두보인 만큼, 이의 성패가 앞으로 비슷한 성격의 국가 공략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을 인수한 뒤 “파견 직원들에게 코란부터 읽으라고 주문했다”며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권으로 이자에 대한 개념이 없는데, 이를 잘 풀어나가면 파키스탄 등으로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한 차이를 간파하기 위해선 지역전문가 양성 및 해외인력 풀 확보도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5년에 걸쳐 39명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올해도 20명을 진출 유망지역에 파견한다. 또 생소한 이슬람금융을 이해하기 위해 ‘이슬람금융연구회’도 은행권 처음으로 결성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 중 한국에 유학 왔거나 현지에서 한국어를 익힌 ‘지한파’(知韓波) 신입행원을 뽑았다.

해외공략의 기치를 내걸었으나 실상은 주재원이나 교민, 해외진출 국내기업을 상대해 ‘반쪽짜리 해외진출’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도 벌인다. 각 은행은 가장 먼저 현지 우량고객 상대 프라이빗뱅킹(PB)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 및 여론 주도 계층의 마음을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높아져 일반인도 따라온다는 논리다.

한국인 특유의 친절 마인드와 발 빠른 업무처리로 무장한 국내 PB 서비스는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부유층 개인고객에 대한 개인금융 및 주택금융 등을 취급하고, 성숙단계에선 현지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등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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