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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조 갠트너 "일부 계층에서만 화제 되는 공연은 의미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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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조 갠트너 "일부 계층에서만 화제 되는 공연은 의미 없죠"

입력
2008.01.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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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되는 공연은 의미가 없습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죠.”

발레조 갠트너(33) 뉴욕 퍼포먼스 스페이스 122(PS 122) 예술감독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공연 기획자 대상 특강을 위해 17일 한국을 찾았다. PS 122는 뉴욕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획 공연을 선보이는 공연장 중 하나로, 오는 6월 내한 예정인 블루 맨 그룹, 연극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영화배우 존 레귀자모 등이 PS 122에서 초연 무대를 가졌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2005년부터 PS 122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갠트너 예술감독은 “전세계적으로 관객 노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인터넷이나 영화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젊은 세대가 공연장을 찾게 하려면 신문을 읽는 일처럼 생활에 밀착돼 있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을 기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문제를 다룬 공연만 봐도 그래요. 강하고 직접적인 어조로 인종문제, 여성문제를 다룬 쇼에는 해당 이슈에 관심이 많은 관객만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 인기를 끄는 공연은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간접적이고 편안하게 메시지를 전하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형식이죠.”

처음 문을 연 1980년만 해도 한국의 공연장처럼 대관 용도로 활용되던 PS 122가 기획 공연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대관만으로는 공연의 질적 향상도, 관객 개발도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독특한 색깔이 없고 일관성도 없는 대관 사업은 공연장 브랜드의 손상으로 이어지고 관객도 극장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또 공연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겁니다.

사실 극장을 후원하는 이들은 극장이 아닌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것이니까요.” PS 122의 기획 공연에도 이 극장 만의 뚜렷한 색채가 있다. 초연 예술가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관객 동원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면서 “공연예술은 ‘괜찮다’ 수준에 머무는 게 곧 실패”라고 말했다.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자문 등을 위해 수 차례 방한한 경험이 있는 갠트너 예술감독은 “한국은 젊은 예술가들이 많아 공연 문화 발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공연장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 일정 중 연극 <죽도록 달린다> 등 한국 공연을 관람할 예정으로 좋은 예술가를 발굴해 PS 122 무대에 세우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강한 열망과 정체성이 드러나며 몸의 움직임에서는 엄격한 훈련 과정이 느껴진다”는 게 한국 공연에 대한 그의 인상이다.

“요즘은 단순한 여가 차원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너무 많습니다. PS 122를 새로운 아이디어의 본향이자, 예술에 관한 토론이 넘치게 하는 촉매제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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