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추위는 30여년만에 처음입니다.”
17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원길리 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주민들은 “어린 시절에 겪어본 추위”라며 추웠던 어린 시절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창군 일원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6.1도까지 떨어지자 거리에는 인적조차 뜸했다.
며칠 전 내린 30㎝가 넘는 폭설과 추위로 평창군 일대의 집 처마에는 1m가 넘는 긴 고드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폭설을 반겼던 대관령 눈꽃축제 관계자들은 강추위로 손님이 없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눈꽃행사장 주변에 노점을 차린 외지 상인들은 추위에 놀라 물건을 파는 것도 뒤로한 채 난롯가에 모여들었다.
대관령면 차항2리 주민들은 “지난 해에는 발구를 끄는 소의 등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체험행사를 했으나 올해는 강추위로 소에 무리가 갈까봐 취소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의 주차장도 이날 버스 1, 2대만 있을 뿐 휑한 모습이었다. 드넓은 얼음판에서 열리는 송어축제장에도 관광객 몇 명만이 발을 동동거리며 송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평창군 내 곳곳에서는 배터리가 얼어 시동이 안 걸린 LPG 및 경유 차량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어지간한 추위는 아랑곳 않는 주민들도 외출할 때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목도리와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대관령면 수하리 박흥수씨는 “17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데, 보온천을 씌워주고 더운 물을 주는 등 애를 먹었다”며 “근래에 이렇게 추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추위가 몰아친 15일부터 현재까지 각 시ㆍ군에는 수 십 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접수돼 해당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평창 철원 양구 등지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음료수병이 얼어터지기도 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7일 대관령의 영하 26.1도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974년 1월24일 영하 28.9도에 이어 4번째로 낮은 기온이라고 밝혔다.
평창=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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