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가 대만해협에서 중국 잠수함 및 구축함과 28시간동안 일촉즉발의 군사대치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후 미중간 첫 군사 대치이다.
16일 대만 일간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지난해 11월 23일 홍콩항 정박을 거부당한 키티호크 함대가 일본으로 회항하면서 대만해협에 진입하자 중국은 즉각 쑹(宋)급 잠수함을 급파, 키티호크 함대를 감시토록 했다. 또 남해함대 소속 구축함 선전호도 투입했다.
당시 키티호크호를 위시한 8척의 미 함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따라 북상했고, 중국측 잠수함 및 함정은 서쪽의 대륙연안을 등지면서 키티호크 함대를 따라붙었다.
키티호크호는 주일미군의 P3-C 대잠 초계기에 의해 중국측 감시를 파악하고 항해를 중단한 뒤 전투 자세를 취하고 함재기를 상공에 띄워 함대를 보호토록 했다. 이에 중국측 잠수함과 구축함도 멈춰서면서 대치가 시작됐다.
하지만 키티호크호는 다음날인 11월 24일 대치를 풀고 일본 요코스카(橫須賀)기지로 회항하기 시작했다. 대치 상황이 풀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 소식통들은 당시 중국 잠수함은 해역을 순찰 중이던 대만 초계기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접근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반 실전 배치된 중국 쑹급 잠수함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2세대 디젤 공격형 잠수함이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대함 미사일등을 갖춘 중국측 잠수함과 구축함과의 대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치는 중국측의 키티호크호 홍콩 기항 거부 결정에 미국이 이례적으로 대만해협을 가로지는 항로를 택하고, 중국도 이에 반발해 감시활동에 나서는 상황에서 빚어진 양측간 감정충돌의 성격이 짙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까지 나서 정박 거부에 불만을 표시했던 키티호크호 정박 거부사건이 양측간 군사적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든 것이다.
한편 중국을 방문한 티모시 키팅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15일 “국제 수역인 대만해협을 통과하는데 중국의 허가는 필요치 않으며 항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8개월 만에 이뤄진 그의 방문이 군사 대치와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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