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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근엄 벗고 젊고 섹시해져 '王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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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근엄 벗고 젊고 섹시해져 '王의 변신'

입력
2008.01.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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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상에 앉아 좌우에 배석한 신하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권력의 최정점에 서서 무한 권력을 휘두르는 권위의 상징 ‘왕’. 때문에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왕 배역은 관록 있고, 중후한 기품이 묻어나는 배우들의 독점 무대였다. 하지만 요즘, 왕이 젊어지고 있다.

<대장금> <왕의 여자> <다모> <무인시대> 등 사극이 풍성했던 2003년 왕으로 나왔던 배우들의 당시 평균 나이는 43.3세였다. 2008년 왕들의 평균 나이는 32.7세로 10년이나 젊어졌다. 적어도 TV에서 왕의 나이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나이가 젊어지면서 왕은 범접 못할 대상에서 연인으로 모습을 바꿨다. 왕의 기분이 언짢기만 해도 신하들의 목이 달아나는 일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막을 내린 <태왕사신기> 의 태왕(배용준)은 대륙을 호령하던 웅혼한 기상보다 섹시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일관했다.

<이산> 에서 보여지는 정조(이서진)와 성송연(한지민)의 관계는 유부남 실장님과 그를 사모하는 젊은 여직원의 관계까지 떠올리게 한다. <왕과 나> 의 성종(고주원)은 중전(구혜선)과 어우동(김사랑)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 얼굴에 상처를 입는 등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최근 들어 왕이 된 모습보다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캐릭터의 성장과정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극 시청층이 중장년 남성에서 30대 이상 여성층으로 옮겨가면서 왕들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테마가 되고 있다”면서 “사랑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중년 남성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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