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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를 참지 못했던 김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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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를 참지 못했던 김만복

입력
2008.01.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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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사의를 표명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재임 기간에 이전 정보기관 수장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상식 밖의 행동을 거듭해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첫 내부승진 케이스임에도 부하 직원들에서조차 “원장의 돌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 원장의 기행은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그는 인질 석방 협상을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진두지휘하며 국정원의 개입을 전 세계에 광고하다시피 했다.

석방된 피랍자들이 묵고 있던 호텔에 나타나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통화를 주선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지 활동을 스스로 공개했다. 귀국길 비행기 내에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변이 위험하다’는 국정원 간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국해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고 자찬을 늘어놓았다. 또 이 과정에서 협상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의 신분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사를 하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그는 두 손을 내밀면서 지나치게 고개를 숙였고, 김 위원장이 잠시 자신 앞에 머물러 있자 또 다시 고개를 연신 숙였다. 당시 고개를 들고 악수한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 빗대 ‘뻣뻣 장수’와 ‘굽신 만복’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그는 고향인 부산 기장군 지역 주민들을 데려와 국정원을 견학시키고 지역 주민의 경조사에는 화환을 보냈다. 또 기장중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정원장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기재해 놓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 주변에서는 “총선 출마를 위해 국가정보기관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밖에 자체적으로 부패척결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열람,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란 의혹을 받았다.

그런 그가 대선 이후에는 이 당선인을 면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인수위 관계자들을 끈질기게 졸랐다고 한다. 당선인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최측근들을 접촉하려고 했으며, 이번 문서 파동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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