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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위사업청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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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위사업청의 오만

입력
2008.01.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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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우리가 왜 합참 회의 결과를 참고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쪽에서 통보해준 적도 없고요.”

방위사업청 방산물자 담당자의 말이다. 방사청은 300억원대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PAQ-04K)를 도입하면서 방산물자 지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마음대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본보 보도(1월11일자)를 “허위 보도”라고 반박했다.

방사청은 PAQ-04K가 1993년부터 사용해온 구형 야간표적지시기(PAQ-91K)와 ‘같은 범주’에 드는 만큼, PAQ-91K를 방산물자로 지정한 상태에서 굳이 따로 PAQ-04K를 방산물자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02년 10월8일 합동참모본부는 PAQ-91K와 PAQ-04K는 “다른 무기 체계”라고 결정했다. 합참은 회의에서 PAQ-04K에 대해 ‘성능 개량’을 통한 ‘소요 결정’을 내렸다. “PAQ-04K는 별도 무기 체계이고 당연히 새 무기 체계를 도입할 때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합참 관계자의 말이다. 방산물자 지정 등 모든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방사청 설립 전에 합참이 내린 결정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300억원이 넘는 사업을 수의계약 하기로 덜커덕 결정했다. 더구나 방사청은 지난해 수의 계약한 업체가 납품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40억원이 넘는 계약을 맺었다. 경찰청은 이 업체가 방사청에 로비를 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것이 개청 이래 단 한 건의 부정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방사청의 모습이다.

현 정부는 무기 관련 계약ㆍ납품 과정의 비리 등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방사청을 만들었고 수 조원이 넘는 곳간 열쇠를 넘겼다. 하지만 국민 혈세 수백억원을 절차도 무시한 채 마음대로 쓴다면 곳간 열쇠는 다시 회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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