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하는 기획재정부의 출범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다. 외환위기를 부른 거대 공룡부처로 비난 받았던 김영삼 정부 시절의 재정경제원을 부활시킨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 기능이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나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정책수립과 예산, 세금을 한 손에 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두 부서를 다시 통합한 이유는 좋게 보면 효율적 경제 운용을 위해서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발시대의 일사불란한 경제운영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예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됨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명실상부한 경제정책의 사령탑 역할이 가능해졌다.
다른 부처 입장에서는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말을 무시하기 어렵다. 경제정책의 기획과 조정 기능이 강화되고, 정책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의 특성 상 특정 부서에 힘과 권한이 집중되면 독단과 전횡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부서 위에 군림하는 부서의 존재는 전체 조직의 역동성과 효율성에 해가 될 뿐이다. 조직 간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적절하게 힘을 분산하고, 권한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청와대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경제정책의 기획과 조정에 대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구분과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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