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결혼을 앞두고 혼수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28ㆍ서울 상도동)씨는 에어컨을 지금 사야할지 고민이다. 가전매장에 가면 “지금 에어컨을 예약구매하면 혜택이 많아 여름 성수기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판매 직원의 얘기에 귀가 솔깃하다.
하지만 이 씨는 “올해 여름에 더 큰 할인혜택이 주어질지도 모르는 데 반년 뒤에나 필요한 에어컨을 미리 사놓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울인데도 가전매장에 에어컨 바람이 거세다. LG전자,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선보이며 이 달 9일, 14일부터 각각 예약판매에 들어가면서 에어컨 장만할 계획이 있는 알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일렉과 위니아만도도 이번 주말부터 예약 판매에 돌입한다. 전자제품 전문 하이마트가 연중 월별 에어컨 매출을 분석한 결과 1~4월 판매 비중은 2004년 13%에서 지난해 36%로 크게 늘었다.
17일 하이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따르면 3월까지 진행되는 에어컨 예약판매 기간에는 제조업체들의 별도 지원이 있어 가격 할인, 상품권ㆍ사은품 증정 등 수십만원에서 최고 100만원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외기 한 대에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1~2개 실내기로 구성된 세트형은 겨울철 예약구매 때 할인 폭이 커 연초 예약구매를 적극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겨울 예약구매 때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프리미엄급 세트형이 70%를 차지한다.
LG 휘센의 경우 이번 예약판매 기간 중 투인원(2 in 1), 쓰리인원(3 in 1) 세트를 벽걸이형 한 대를 덤으로 얻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모델에 따라서는 휘슬러 압력밥솥, 누리안 전자사전, 루펜 음식물처리기 등의 사은품도 따라온다.
삼성 하우젠도 세트형인 인버터홈멀티를 예약하면 20% 할인 혜택을 주고, 유통매장마다 5만~20만원의 상품권 또는 기프트카드도 제공한다. 대우일렉은 스팀형 복합청소기(멀티형), 전자레인지(슬림형), 진공청소기(룸에어컨) 등 사은품을 증정한다.
하이마트 문병철 바이어는 “에어컨 업체들이 겨울철 예약판매를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전으로 여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며 “여름 성수기에는 가격이 오르고 설치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금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여름철 기온이 예년보다 낮으면 에어컨 가격도 떨어지지 않을까. 실제 5,6년 전만해도 여름이 서늘해 에어컨 판매가 저조하자 에어컨 업체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 예약 구매한 소비자가 불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업체들이 판매 추이를 감안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때문에 예약판매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지난해 여름 하이마트에서 312만원에 팔린 삼성 고급형 세트(18평형 스탠드 + 6평형 벽걸이)의 경우 겨울예약판매에는 304만원에 로얄알버트 디너식기 세트(15만원 상당)와 케녹스 디지털카메라(20만원 상당)가 추가 제공돼 40만원 이상 저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겨울 예약판매가 끝나자 에어컨 실제 구입가격이 5~10%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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