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단위 지지율에서 일약 선두로 치고 나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고 최종적인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에 있어서도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과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해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의 14일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매케인 의원은 민주당 힐러리 의원과의 대결에서 49% 대 38%로 앞서고 있고 오바마 의원에게도 46% 대 43%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발표된 뉴욕 타임스-CBS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 매케인 의원은 33%로 지지율 1위였고 대선후보 지명 가능성에 있어서도 39%로 다른 주자들을 압도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15일 아침(현지시간) 미시간주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매케인 의원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케인 의원이 뉴햄프셔 예비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미시간 예비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매케인 돌풍의 폭발력은 한층 강력해져 2월5일 ‘슈퍼 화요일’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케인 의원의 급부상은 그가 정치자금 모금실적 부진, 선거 참모들의 대거 이탈, 이라크전 지지에 따른 거부감 등 때문에 한동안‘경선 중도 포기설’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초 선거운동을 시작할 무렵에만 해도 유력 주자로 선두그룹을 형성했으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떠오르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뒤늦게 파란을 일으키며 공화당 경선 판도를 흔들어 놓자 매케인 의원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 왔다. 뚜렷한 선두 주자 없이 혼전이 이뤄지는 구도 속에서 매케인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의미있는 4위를 한 데 이어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이제 향후 경선에서 명실상부한 선두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됐다.
그의 지지자들은 ‘월남전 참전 영웅’인 매케인 의원에 대해 애국심과 정직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론에 영합하지 않고 불법 이민자 보호 정책이나 증세 등 경제 문제에서 소신을 지키고 있는 것도 골수 지지층에게 빛을 발하고 있다. 다만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의 전통적 기조와는 달리 ‘독불장군’이라는 인상을 줘왔기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 적이 많다.
매케인 의원이 미시간 예비선거에서 패한다면 공화당 경선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덩달아 줄리아니 전 시장, 허커비 전 지사 등이 대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