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가 되면 누가 벌거벗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16일 증시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격언을 실감할 수 있는 하루였다. 종합주가지수가 41.98포인트(-2.40%)나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속은 숯덩이가 됐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악령이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IB)의 천문학적인 손실로 전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증시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탓이었다. ‘패닉’에 가까운 현 시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직접투자, 펀드별 맞춤 대응법을 들어봤다.
■ 직접투자
지수가 저점에 도달한 만큼 적극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당분간 관망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섰다. ‘적극 매수파’의 경우 1,700대 초반은 서브프라임 충격에 따른 각종 악재들이 충분히 반영된 지수인 만큼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미국 경제의 서브프라임 충격파는 올해 1분기, 그 중에서도 실적 발표 시즌인 1월에 가장 클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미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매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매입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고, 신규 투자자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도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일시적으론 1,7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기업의 내재가치와 실적을 감안할 때 1,715선 이하는 충분히 투자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소외됐던 자동차, IT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신중론자들은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익재 CJ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금리인하 시기도 보름이나 남아 있는 등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판국에 섣불리 매수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미국 정책당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에 상황을 봐 가며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종우 교보증권 센터장은 한 술 더 떠 “올해 상반기엔 될 수 있으면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그는 “단기 저점은 1,700선이 될 수 있겠지만 연간으론 1,5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며 “기존 투자자는 단기 반등을 이용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신규 투자자는 당분간 증시를 쳐다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펀드
펀드의 경우도 1,700선을 저점이라고 보는 측은 적극적인 투자를, 아직 진바닥은 멀었다고 보는 측은 투자 자제를 주문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원금 손실을 보면서까지 환매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적립식 펀드 역시 증시가 대세 상승할 것이라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은 만큼, 잔 파도에 주눅들지 말고 뚝심을 갖고 투자하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영익 센터장은 “거치식 투자에 적기는 없다. 투자금의 60%는 현 시점에, 40%는 3월 정도에 불입하는 게 좋다. 매월 적립하는 투자자는 오히려 이런 때 투자 금액을 높여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센터장들이 꼽은 유망 펀드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 투자하는 ‘신흥시장 펀드’와 ‘곡물 펀드’였다. 김학주 센터장은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는 신흥시장보다 경기와 연관성이 별로 없는 곡물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이정호 미래에셋 센터장은 “중국, 인도, 동남아, 중동이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상하는 만큼 신흥시장 펀드가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반면, 이종우 센터장은 “선진국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차라리 ‘선진국 펀드’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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