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개편은 새 정부의 경제운용 방점이 어디에 찍히느냐를 그대로 반영해 왔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첫 경제부처는 재무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했던 이승만 정부는 자립경제 토대 마련을 위해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시켰다. 화폐와 금융 부문을 확실히 휘어잡았고,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물론, 대출 특혜를 통해 성장의 기초를 다졌다.
경제개발에 본격 착수한 박정희 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제기획원(EPB)을 출범시켰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의 콘트롤타워로 정부 주도의 고도 성장 정책을 주도했다. 경제발전 종합계획 수립, 부처간 기획조정, 예산편성, 물가관리 등을 모두 쥐었다. 반면 재무부는 금융, 세제, 국고에 한정된 부로 전락했다.
경제기획원의 이런 힘은 ‘한강의 기적’을 낳은 원동력이 됐지만, 시장경제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비판도 초래했다. 80년대 들어 경제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기능이 부처간 업무조정과 예산 편성으로 줄었고, 94년 문민정부 들어서는 재무부와 함께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외환위기 이후 98년 재경원은 예산업무(기획예산위원회ㆍ예산청)가 분리되면서 재정경제부로 다시 태어났고, 99년 예산에 대한 기획ㆍ조정 및 편성ㆍ운용 강화를 위해 기획예산처가 발족,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동시에 재경부의 금융기관 인ㆍ허가 업무가 떨어져 나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가 15일 제시한 경제부처 개편은 경제정책의 기획ㆍ조정 기능 강화로 요약된다. 기획예산처와 재경부를 묶어 예산권을 갖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재경부 금융정책과 외국환 건전성 감독 기능을 받아 금융위원회로 덩치를 키우게 됐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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