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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 … 탈탈 털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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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 … 탈탈 털어도 없었다

입력
2008.01.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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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자택 및 집무실, 삼성 본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조준웅 특별검사팀과 삼성의 1차 대결은 외견상 삼성측의 판정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 본관, 삼성SDS e데이터센터 등에서 압수한 컴퓨터 파일 분석에 일말의 기대를 걸면서, 앞으로 ‘관리의 삼성’을 상대로 어떤 수사 전략을 써야 할지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검팀이 16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삼성 본관 27층의 ‘비밀금고’는 존재 유무에 따라 김용철(50) 변호사와 삼성 중 어느 한쪽에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의혹의 근거로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이 수북이 쌓여 있다”는 비밀금고를 거론했지만 삼성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이 사무실 구조변경 공사를 하면서 비밀금고를 없앴을 수도 있다. 특검팀 윤정석 특검보는 “삼성 본관 사무실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듯 하고, (이학수 부회장이 안가로 이용했다는) 태평로빌딩 26층도 다른 사무실이 들어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 실물인 ‘비밀금고’가 없다면 법률적으로는 삼성 측 반론에 무게가 실린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다른 임원들 자택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일부 컴퓨터도 새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한 수사관은 “‘역시 삼성이구나’라는 탄식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이 1차 방어에 성공한 이유는 의혹 폭로 이후 약 3개월간 수사에 대비, 대대적인 문서 파기와 컴퓨터 하드웨어 교체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 의심을 받은 한 계열사는 최근 직원들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모두 인터넷 웹하드에 옮기도록 했고, 사장이 직접 검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는 “삼성에 수사 기법에 통달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있기에 대비는 철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삼성의 대비가 조직적 증거 인멸이자 수사 방해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특검팀 관계자는 “형법상 증거인멸죄가 되려면 인멸된 증거가 혐의 입증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확인돼야 하고, 또 타인이 아닌 사건 당사자가 인멸한 것도 죄가 되는지 등의 논란이 있다”며 답답해 했다.

일단 1차 압수수색 결과에 대해 윤 특검보는 “한두 번 압수수색으로 결정적 증거가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검팀은 기습적 추가 압수수색으로 비자금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약한 고리’인 삼성 계열사, 또는 삼성이 차마 없애지 못한 회사 서류를 보관한 ‘제3의 장소’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이 곳을 찾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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