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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빛나는 왁스표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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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빛나는 왁스표 발라드

입력
2008.01.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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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7집으로 컴백 왁스박근태작곡가와 손잡고 새 시도감정 깊어지고 리듬은 섬세해져묵묵히 가요계 빛낼래요

가요계에는 10년 전부터 믿거나 말거나 한 야담이 전해 내려온다. 한 가수와 작명가가 마주 앉았다. 데뷔를 앞둔 가수의 이름을 짓기 위해 앉은 이들. 작명가가 묻는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가?” 가수는 눈빛을 빛내며 “가요계를 반짝반짝 빛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서슴없이 답한다.

작명가가 고심하더니 두 글자를 적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수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물론 그 종이에는 ‘왁스’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가요계를 번쩍번쩍 광을 내라”는 작명가의 설명이 뒤따른다.

약간은 황당해 하는 가수의 얼굴. 하지만 거짓말 같이 그 가수는 1차원적인(?) 작명가의 의도처럼 10년 동안 가요계에서 묵묵히 광을 내며 ‘왁스’ 같은 존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13개월 만에 7집 앨범을 <여자는 사랑을 먹고> 를 들고 팬들을 앞에 선 왁스는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하는 몇 안되는 여성 뮤지션이다. 10년 동안 뒤돌아 보지 않고 꾸준하게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왁스를 만났다.

#이름따라 간다

왁스(본명 조혜리)의 이름은 독특하다. 여자 가수의 이름으로는 다소 과격하다. 왁스는 웃으면서 데뷔할 때는 ‘도그’라는 이름이었다며 화답한다. 하지만 1998년 데뷔 이래 왁스는 ‘빛을 낸다’는 이름의 뜻에 부합해왔다.

데뷔 초기 <오빠>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톱스타가 된 하지원이 대표적이다. 신은경 강혜정 황수정도 왁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용히 빛을 남에게 반사시켜주는 역할을 맡아온 셈이다. 다 이름 탓이 아니냐고 원망을 할 만하다. 하지만 왁스의 생각은 달랐다.

왁스는 “‘가수는 이름 따라 간다’는 잘 안 믿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이름 따라 온 것 같아요. 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분들이 다 잘 됐네요. 제가 조연으로 밀렸다는 생각은 안해요. 제 음악과 그 분들이 동시에 잘 됐잖아요. 함께 빛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고맙죠”고 말했다.

왁스는 본명을 쓰거나 이름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고맙다고 했다. 10년간 가요계의 빛을 더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20년도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하게 음악으로만 승부하고 싶어했다.

“왁스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죠. 이렇게 좋은 이름을 왜 바꿔요? 무대에 있는 한 왁스는 계속 될 거에요.”

#이제는 브랜드

이제 왁스라는 이름은 단순히 가수의 이름이 아니다. 여성 취향의 가사와 절절한 멜로디가 결합된 노래를 지칭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했다. 음악 팬들은 왁스의 음악을 듣기 전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왁스가 그동안 불렀던 노래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많은 팬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랑이 다 그런거니까> <욕하지 마요> <부탁해요> <사랑이 두렵다> 등 왁스의 히트 곡은 사랑에 빠진 혹은 이별에 괴로워 하는 여성의 심리를 ‘툭툭’ 내 뱉는 가사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왁스는 “왁스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작곡가나 작사가에게 곡을 받으면 제게는 직설적이고 여성 취향의 곡들이 많이 들어와요. 제 음악을 듣는 분들도 그런 음악을 듣고 싶은 기대감이 있는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왁스표 발라드’는 1집부터 6집까지 총 2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저력을 발휘했다. 이제 왁스만의 분위기는 7집 타이틀 곡 <여자는 사랑을 먹고> 가 이어간다. ‘히트곡 제조기’ 박근태가 작곡을 맡으면서 힘을 더했다.

박근태는 2007년에만 백지영의 <사랑 안 해> 아이비의 <이럴 거면>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 등을 연달아 차트에 올렸던 주인공이다. 이번 <여자는 사랑을 먹고> 에서도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노래로 풀어내는데 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왁스는 “제가 네 번째 주자에요. 기존 앨범 작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었어요. 초반에는 부딪히는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작업이 진행될 수록 믿음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제가 모르던 목소리도 찾게 됐어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적절한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르지 않는 샘

왁스의 이름은 브랜드가 됐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교훈을 알기라도 하듯 왁스는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왁스라는 큰 틀 안에 새로운 물을 계속 퍼담고 있다. 왁스라는 우물이 마르거나 썩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왁스는 박근태를 만나면서 한단계 더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 감정을 더욱 깊어졌고 ?育?더욱 섬세해졌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처음부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여자는 사랑을 먹고> 는 4일 음원 공개와 함께 각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큰 틀에서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각종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은 왁스의 결단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왁스의 새로운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가수들에게 곡을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받았다. 힙합듀오 리쌍이 세미 힙합 곡<그 사람> 을, 후배 가수 윤건이 <그랬으면> 이라는 보사노바풍의 곡을 선사했다. 지난해 5월과 10월 <세 사람>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를 차례로 왁스와 함께 듀엣으로 불렀던 이기찬이 <눈물만 눈물만> 을 선사했다.

왁스는 “앨범을 내고 처음으로 가수들에게 곡을 받아서 불렀어요. 워낙 친한 분들이라 제 스타일을 잘 알고 계시기도 했지만 제가 그들의 색깔을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이질적인 느낌이 서로 썩이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나오게 됐죠”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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