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불운의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진정 사랑한 연인은 함께 숨진 도디 파예드가 아니라 파키스탄계 심장전문의 하스낫 칸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이애나의 집사로 10년 이상 근무한 폴 버렐은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사인 청문회에 참석해 다이애너가 파예드와 사귀기 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하스낫 칸과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버렐은 다이애나가 사고를 당하기 전 우정 이상의 관계로까지 발전한 파예드가 다이애나의 유일무이한 파트너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당시 두 사람의 결혼 발표가 임박했었다는 일부 견해를 일축하면서 다이애나는 세상을 떠난 97년까지 2년간 깊은 관계에 있던 칸에게 그 어떤 남자보다도 푹 빠져 있었다고 소개했다.
버렐에 따르면 다이애나는 장래 왕위를 계승할 아들의 어머니인 자신이 이슬람 신자와 혼인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 그에게 비밀 결혼이라도 올릴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버렐은 96년 칸 몰래 켄싱턴 성당의 앤소니 파슨스 신부를 만나 그 가능성을 상의했다고 한다. 버렐에 의해 다이애나의 남자로 지목된 칸은 영국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이주한 상태이다.
15일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칸은 어렵사리 성사된 인터뷰를 통해 요즘도 매일 다이애나의 명복을 빌면서 코란을 읽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이애나가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인 95년 왕실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친구를 문안하다가 다이애나를 알게 됐다.
다이애나는 바로 칸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됐으며 늘 그의 사진을 침대 옆에 두었다. 주위의 눈을 피하기 위해 검은 가발을 쓰고 레스토랑에서 밀회를 즐겼으며 주말에는 버렐에게 지시해 칸을 전용차 트렁크에 태워 켄싱턴궁으로 데려오게 했다고 한다. 다이애나는 96년 파키스탄으로 날아가 이슬람 의상을 입고 칸의 가족 친지와 인사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는 갈수록 뜨거워졌지만 칸의 어머니가 비이슬람 여성을 며느리로 맞는 것을 반대하면서 결혼이 암초에 부딪혔다. 때문에 다이애나는 개종까지 생각했으며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칸과 함께 도피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하지만 칸이 다이애나로 인해 유명세를 타는데 심적 부담을 느끼고 심장전문의의 길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비운의 교통사고 발생 직전인 97년 7월 헤어졌다.
그러나 칸은 세상을 뜬 다이애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가 2006년에야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과 결혼했다. 지난해 10주기를 맞아 다이애나의 죽음에 관한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그의 남성 편력 등 과거사가 낱낱이 공개되자 칸은 매스컴의 추적을 피해 아내를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매일 들려오는 다이애나 관련 소식이 그의 쓰라린 추억을 되살려 아내와도 크리스마스 때 갈라서고 말았다.
칸은 다이애나가 여전히 그의 생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때때로 소리 치고 싶고 도망도 치고 싶지만 언제나 다이애나라는 존재가 나를 붙잡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다이애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다른 사람같이 큰 장점이 있는가 하면 나쁜 습관 등 결점도 있었다”고 평했다.
다만 칸은 “다이애나가 영국과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초라하게 조그만 분수 하나를 만들어 그를 기념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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