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 세계 전자업계 '톱 3'에 진입했다." "3년 전(2004년 12조200억원)과 비교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가 15일 발표한 4분기를 포함한 지난해 실적에 대한 엇갈리는 반응들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연결 기준(해외법인 매출 포함)으로 지난해 1,034억달러의 매출을 달성, 사상 처음 매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으론 처음이자, 세계 전기ㆍ전자업계에서도 독일 지멘스, 미국 HP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본사 기준으로 매출 63조1,800억원, 영업이익 5조9,400억원을 기록해 매출 6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4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2004년 12조200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추락하기 시작한 영업이익은 2006년 6조9,300억원을 나타냈고, 올해는 이보다 1조원 가량 더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최대 수익원이었던 반도체 경기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결과"라며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익 다각화와 체질 개선을 통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익 다각화… LCD·휴대폰 웃고 반도체 울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 LCD 대박에 힘입어 전체적인 경영실적은 괜찮았다. 4분기 매출 17조4,800억원, 영업이익 1조7,8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 1조7,000억원 대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9,200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1%)을 올린 LCD총괄의 역할이 컸다. 글로벌 LCD 시장의 가격 회복과 후발 주자들의 공급물량 축소 덕분이었다. 휴대폰 부문도 당초 기대보다 높은 5,800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11%)을 냈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매출 4조9,100억원, 영업이익 4,300억원에 머물러 전분기 대비 각각 2%, 53%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약세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바일D램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D램 의존도를 줄이고, 신기술 공정의 불량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을 높인 탓에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반도체, 정보통신, LCD, 디지털미디어 4대 부문이 모두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보면 각각 1조원을 돌파, 4대 부문 1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던 이익구조가 LCD, 정보통신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체질이 더 단단해졌다는 주장이다.
새 수익원 발굴 등 영업익 10조 회복 관권
문제는 물건을 판 만큼 이익이 크게 남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매출의 9할 안팎을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 업체 "라며 "영업이익이 본사 기준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지만, 연결 기준으로 본다면 지난해에도 2006년에 기록한 8조4,000억원 선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이 맞더라도 영업이익이 정체 내지 감소되고 있음을 부인키는 어렵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의 70%를 점했던 반도체 부문의 시황악화를 LCD와 휴대폰으로 커버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힘겨운 상태"라며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거나 새로운 수익원이 발굴될 때까지는 과거처럼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성적표, 반도체 경기 회복 여부가 관권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7조원, LCD 3조7,000억원 등 11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통해 작년 대비 15% 이상 증가한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66조원 매출에다 지난해보다 조금 나은 7조원 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우식 IR팀장은 "지난해 메모리 업계가 적자로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업계 최고이익을 냈다"며 "올해엔 LCD, 정보통신의 강세가 지속되고 메모리도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로선 하반기 반도체 경기의 회복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성적표가 좌우될 전망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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