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포인트도 모자라다” “예상보다 빨리 내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소비 등 경제지표 악화, 기업실적 추락, 고유가 등 산적한 악재에 고전하는 주식시장을 ‘반짝’이라도 되살릴 유일한 불씨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인하 요구는 더욱 절박해졌다. 지난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했는데도 여전히 성에 안차는 분위기다. 이번주 들어서는 ‘더 빨리, 더 많이 내리라’는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장은 3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앞서 ‘0.75%포인트 전격인하’까지 점치고 있다.
실제로 2001년 9ㆍ11사태 이후 FRB는 예정에 없던 FOMC 회의를 소집,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충격차를 사전진화하는데 성공한 바가 있다.
이 같은 조기, 대폭적 금리인하 요구는 ‘충격요법’이 절실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제침체에 직면해 있거나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섰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와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경제가 벼랑에서 되돌아설 수도 있지만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벌써 0.5%포인트 인하는 기본이 됐다. CNN머니 등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OT) 연방기금 금리 선물 거래로 볼 때 30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내린 3.75%로 낮아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인하 폭이 0.75%포인트에 이를 가능성도 44%나 됐다.
증권사 CMC마켓츠US의 통화정책 전문가 아시라프 라이디는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0.5%포인트 인하로는 실망만 불러올 수 있다”며 “버냉키 의장이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경기전망을 밝힌 직후,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중론 역시 여전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2001년초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 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전례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당시의 금리인하가 현재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무작정 찬성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부담이다.
캘버트 펀드의 수석전략가 스티브 밴 오더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시장조차도 과연 한번에 금리를 3.5% 수준까지 내리기 원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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