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 우려를 잔뜩 머금은 미국발(發) 허리케인이 1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를 휩쓸었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하루 1조원이 넘는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세례를 받으며 지난해 8월 수준으로, 일본 닛케이지수는 2005년10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9ㆍ11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손실과 악화일로의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당분간 추세반전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1.98포인트(2.40%) 떨어진 1,704.97로 마감, 1,700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올 들어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미국경기의 버팀목이었던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씨티그룹의 실적 악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코스피는 올들어서만 10.13%(192.16포인트), 지난해 사상 최고치(10월31일 2,064.85)보다는 17.43%나 빠진 상태다.
코스닥지수도 지난해 8월16일(-10.15%) 이후 최대인 21.89포인트(3.25%)나 떨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은 이날 949조335억원까지 떨어져 올 들어 2주 만에 102조7,297억원 어치가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의 주원인은 외국인의 매도공세였다. 올 들어 15일까지 2조7,15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1조193억원 어치를 팔아치워, 지금까지 4조원 가까운 무서운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 글로벌 증시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현상이 퍼지는 것이 외국인 매도 공세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 서영호 전무는 “저성장 국면의 국내 기업이익이 좋지 못하고,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의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 매도공세는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가 재개되려면 신정부의 바뀐 정책이 어느 정도 가시화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35% 내린 1만3,504.51에 마감, 2005년 10월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81% 하락, 최근 1개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6년6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만5,000선이 붕괴됐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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