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없는 영화는 일방적으로 조기 종영하고, 무료 초대권을 남발하는 등 부당행위를 일삼아온 유명 극장과 배급사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과 5개 대형 배급사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적발된 상영관은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시네마 4개사이고, 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플렉스, 한국소니픽쳐스,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5개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상영관은 <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 16개 배급사의 영화 29편을 6일 안에 종영했다. 공정위는 “최소한 2주(흥행부진 때 1주)의 상영기간을 보장해주는 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상영기간을 줄인 것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손실위험을 배급사에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 상영관은 또 상영기간 연장을 구실로 애초 계약조건보다 배급사에 불리하게 흥행 수입을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흥행수입은 국내영화의 경우 배급사와 상영관이 5대5, 외국영화는 서울 6대4, 지방 5대5 비율로 배분한다.
이들은 또 무료 초대권을 대량 발행해 배급사의 저작재산권을 임의로 사용했으며, 초대권 발급 여부나 규모 등을 배급사에 확인조차 해주지 않았다. 배급사들도 지방의 영세 상영관에 대해 애초 흥행수익 분배 조건인 ‘종영 후 30일 또는 45일 내 정산’과 달리 일일정산 또는 주간정산을 요구, 지방 극장들의 경영에 부담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시장 지배력이 점점 강력해지면서 불공정 거래행위도 늘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영화상영 및 배급시장에서 투명한 거래질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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