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떠받쳐 온 양대 기둥인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 중 한 축이 위태롭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를 든든히 지켜주던 소비지출이 처음으로 둔화하기 시작한 것. 소비지출은 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소비가 급감할 경우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수출 주도형 신흥시장의 경제성장도 타격을 받게 된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2월 개인 소비지출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 감소가 저소득층과 중산층뿐 아니라 고유가나 주택가격 하락, 신용위기 등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유층에까지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산층 이하 고객이 주를 이루는 콜스와 메이시스 백화점의 12월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1%, 7.9% 감소했고, 같은 기간 부유층 대상 고급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의 매출도 4% 줄어들었다. 대형 보석판매상 티파니의 판매도 12월 매출 부진을 겪었다.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2월 5,200만 고객의 카드 지출 증가율이 2001년 경제 침체기 이후 처음으로 3%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기 전망을 미리 알 수 있는 지표인 소비자 신뢰도도 급락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앤드류 코헛은 소비자들의 경제 만족도가 15년래 최저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전국소매협회(NRF)도 이날 발표한 연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가 둔화되기 시작, 하반기에는 더 빠른 속도로 둔화해 연간 소매판매 증가율이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를 기록했던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통부문 애널리스트인 패트리샤 에드워즈는 AP 통신에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 없다. 소비자들은 이미 침체 상태다”고 말했다.
아직도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12월의 소비 감소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아무리 경기가 불안해도 웬만해선 소비를 줄이지 않는 미국 소비자들의 특징을 고려해볼 때 이번 둔화세를 간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1980년 이후 미국 경제는 80년대 부동산 가격 폭락과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을 경험했으나 최근까지 미국 국내 소비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단 15개월뿐이었고, 2001년 경기 침체기에도 소비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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