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15일 한나라당 내 공천 갈등과 관련, "비선(秘線)은 없다. 또 비선조직에서 공천 준비를 하는 일도 있을 수도 없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강재섭 당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처음엔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와 관련한 국회 운영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자연스럽게 공천 문제로 옮겨졌다.
강 대표는 "총선에서 무슨 200석, 이런 건 말이 안 되고 겸손하게 과반수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이 공천 문제로 시끄러운데 중심을 잘 잡아서 국민 뜻에 맞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나는 강 대표를 믿는다. (공천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들과 관련되면 한마디씩 하는 것이니까…"라고 격려했다.
그러다 강 대표가 대뜸 "당선인 측근들도 불필요한 말 안 하도록 군기를 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공천 갈등이 '물갈이 공천' 발언을 한 이 당선인 측근들의 탓도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강 대표는 이 당선인이 "나는 당선자 측근이 없다. 전부 다 강 대표 측근이 됐다"고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자 "(당선인) 주위에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같은 말이라도 그러면 안 되고, 말조심해야 하고…"라며 측근들의 잘못도 있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뒤이은 비공개 회동에서도 강 대표는 "당선인 비선 조직에서도 잡음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명시적으로 요구했고, 이 당선인은 이에 대해 "비선 공천 절대불가" 입장을 천명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강 대표는 "안정의석을 확보하려면 노(老)ㆍ장(長)ㆍ청(靑)을 안배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국민이 당에 보내는 기대에 맞게 적합한 인물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을 통해 하겠다"고 공천의 기본원칙도 밝혔다. 이에 이 당선인은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 강 대표 중심으로 당이 중심이 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하루 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고, 강 대표는 "새 정부 초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1시간 10분 가량 회동을 가졌으며, 마지막 30여분은 배석자를 물린 채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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