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함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반대 입장이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행자위와 법사위 등에서 21~25일 처리하고, 28일에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절차부터 문제를 삼고 나섰다. 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국가대사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일개 행정관을 보내 등기소포 배달하듯 원내 제1당에 통보하는 게 예의에 맞는 일이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내용은 더더욱 불만이다. 통일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폐지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최 대변인은 “미래지향부서는 다 없애고 1970년대식 부처 체계로 회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는 “냉전회귀의 가능성을 잉태한 통합이다. 통일 업무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과기부와 정통부 폐지 방침에도 “한반도대운하를 위한 토목 부서만 남고 첨단부서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북한 당국을 상대할 창구가 없어지면 대북 정책의 공백이 초래되고, 한반도 위기가 재현된다. 이에 대한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는 개인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개편안이 친재벌 경제 정책, 대북 강경책, 여성 무시 정책을 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고 반발했다. 햇볕정책의 원조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국회 심의과정에서 통일부는 물론, 여성부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입장이다.
신당은 한나라당이 개편안을 2월 국회에서 밀어붙이려는 것은 임시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어 4월 총선에 이용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공방이 통일 대 반통일 구도로 확산될 경우 다가올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신당은 17일 오전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통과를 저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며, 18일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관련 공청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다른 당도 “지금대로라면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신당의 움직임에 동조할 분위기다.
신당(137명) 민노당(9석) 민주당(6석)의 의석을 보태면 전체의 과반(150석)에 달하는 만큼 대규모 이탈 세력이 없는 한 통과는 불가능하다. 행자위 상임위원장도 신당 유인태 의원이다.
다만 신당으로서는 신정부의 첫 작품부터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비판이 부담이다. 무조건 통과를 저지시키는 것이 반드시 총선에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기부와 정통부 중 한 곳, 아니면 통일부를 회생시키는 조건으로 정치적 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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