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보수 여론 수용하면 '남-남 갈등' 불보듯美시기조정 불가 입장… 전환 초기작업도 이미 시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방부의 미묘한 갈등은 일찌감치 예견됐던 것이다. 새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세력은 그 동안 “북핵 해결 전 전작권 전환 반대”를 강하게 주장해 왔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유세 과정에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수 차례 언급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반대 여론을 헤쳐 나오면서 ‘자주국방’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자부해온 국방부로서는 “재검토”가 선뜻 수용하기 힘든 변화임에 틀림없다.
국방부 김형기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인수위 업무보고와 관련해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못을 박았다.
김 대변인은 “오늘 (국방장관이 참석한) 간부 조찬 간담회에서 업무보고 내용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며 “기존 정책의 재검토나 수정 등은 보고 내용과 다르며 국방부 입장과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OK 사인만 내주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국방부가 입장을 정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대변인은 “안보상황의 변화를 평가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국방부가 보고했다”는 전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의 브리핑도 사실이 아니라면서 “전작권 전환은 합의대로 추진하며, 재협의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은 이미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양국 합참의장이 이행계획에 합의했다. 지난해 말 전환추진단까지 출범해 초기작업이 궤도에 오른 상태여서 조정을 언급할 시기는 이미 지난 상태다. 미국도 합의대로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외교적 합의사항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엔 새 정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우선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 군 관련 단체 등의 비난 여론이 비등할 게 뻔하다.
한나라당도 ‘북핵 문제 해결이 되기 전 전작권 이양 반대’가 당론이다. 2006년 6월 전작권 전환 논의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미국에 갔던 한나라당 방문단의 주축은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현재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인 박 진 의원이었다.
새 정부 출범후 북핵 문제가 순탄하게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전작권 전환 문제는 적극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번 ‘남남 갈등’이라는 홍역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안보상황이 특별히 악화하지 않고, 미국이 “시기 조정 불가”를 고수하는 데도 여론에 밀려 전작권 문제를 거론할 경우 자칫 한미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전작권 전환’이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큰 딜레마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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