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이 숨지는 화재 참사를 낸 ㈜코리아2000은 문제의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창고를 설립하면서 부지 용도변경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냉동창고 건립 허가 및 공사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이천시 등에 따르면 코리아2000은 2000년 6월 대지를 조성하겠다며 해당 부지 2만9,350㎡에 대해 농지전용 및 초지전용 허가 등을 받았으나 7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이천시는 ‘허가 후 2년이 지나도록 목적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농지법 규정에도 불구,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코리아2000은 지난해 4월에야 창고를 짓겠다며 농지전용 변경 허가 등을 제출, 6월29일 이천시로부터 물류창고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착공 허가가 나기 전인 6월초 옹벽 공사를 하다 적발돼 고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코리아2000 측이 조세 감면 제도를 악용, 지방세를 면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2000 대표 공모(47ㆍ여)씨는 2002년부터 냉동창고 인근에 100% 자회사인 ‘코리아냉장’이라는 회사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공씨는 2007년 10월 또다시 ‘코리아냉동’을 설립, 이 회사 명의로 냉동창고 준공 허가를 받았고, 그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6일 이천시로부터 취등록세 2억6,779만원을 면제 받았다.
공씨가 여러 개의 유사 업종 자회사를 둔 것은 결국 ‘중소기업이 창업일로부터 4년 내에 취득하는 사업용 재산에 대해서는 등록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준다’는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을 악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소방안전필증을 교부 받은 뒤 창고 내부를 미로처럼 만드는 공사를 한데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소방감리사는 “소방필증을 받고나면 어떤 공사를 어떻게 하든 감리사가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구조를 미로처럼 꾸며 화재에 취약하게 변경해도 아무도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리아2000이 설계ㆍ감리를 자회사나 다름없는 코리아2000 건축사사무소에 맡긴 것은 위법은 아니라 해도 참사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준공일에 맞춰 서둘러 공기를 앞당기거나 내부구조를 변경하는데 상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천시는 시공ㆍ감리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임을 알면서도 교체를 요구하지 않아 묵인 의혹을 사고 있다.
결국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와 안이한 안전의식, 공기 단축을 위한 공사 강행이 참사의 원인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