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선후보 지명전과 관련, 전국단위 지지율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득표율 3%로 6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고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도 득표율 9%로 4위에 머물렀다.
역대 미 대선에서 초반 기선제압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이 두 지역의 경선 결과만을 놓고 보면 줄리아니 전 시장은 후보 지명전 무대에서 퇴장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줄리아니 전 시장측은 이 위기의 상황이 스스로 선택한 선거전략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많은 대의원들이 걸려 있는 큰 주들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철저한 실리전략에 따라 아이오와 등을 포기하고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공을 들여 왔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6위로 내몰린 뒤에도 “우리는 다른 주자들처럼 아이오와에 강조점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3일 아이오와 코커스 직후 뉴햄프셔로 가지 않고 29일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플로리다로 날아가 유세를 했다. 이 곳의 결과가 21개주에서 예비선거 또는 코커스가 실시되는 2월 5일 ‘슈퍼 화요일’ 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대의원 수는 57명으로 아이오와(40명)와 뉴햄프셔(12명)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슈퍼 화요일에는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173명)와 자신의 출신지역인 뉴욕(101명)이 포함돼 있어 결국 줄리아니 전 시장은 1월29일과 2월5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통 큰 전략’이 적중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공화당 경선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선두 다툼 국면을 맞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뉴햄프셔의 승기를 이어가면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확실히 주저 앉히기 위해 15일 미시건 예비선거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롬니 전 지사는 여기에 맞서 아버지가 주지사로 재직했던 미시건주에서 반드시 승리, ‘단골 2위’의 부진을 떨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미시건에서 최소한의 동력을 유지한 뒤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다시 바람을 몰고 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경쟁자들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미시건,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낼 경우엔 플로리다 압승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뉴햄프셔에서 일격을 당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0일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19일 네바다 코커스를 앞두고 ‘존 케리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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