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명박 당선인은 “편한 차림으로 하자”며 먼저 저고리를 벗어 던졌다.
그는 이어 “인수위가 정말 노 홀리데이로 열심히 해 줬다”며 “자화자찬이 아니라 일을 아시는 분들이 모여 차분히 일을 잘해 왔다고 높이 평가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언론인 성향조사 문건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차기 정권에 맞지 않는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인수위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은 사라졌고, 회의실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당선인의 언짢은 심기는 일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졌다. 이 당선인은 “소수의 조직, 특히 주요한 부서에 있던 사람, 요직에 있던 사람들 중에 더더욱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부 공직자들이)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反) 변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이제 우리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변화의 앞에 서 있기 때문에 공직자들은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자리보다는 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는 게 더 능률적이고 효율적이냐,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냐를 생각하는 게 고위직 공무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공직자들이 일하는 것을 흔들 생각이 없다. 공직자 인원을 대폭 줄이겠다는 생각이 없다”면서 “안정 속에서 강한 변화를 요구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아니고 효과적이고 강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공직자들이 긍정적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오후 2시40분까지 4시간40분 동안 쉼 없이 회의를 계속했다. 오전 분과별 업무보고에 이어 오후에는 이 당선인과 인수위원 간 토론이 벌어졌다. 이 당선인은 오전의 무거웠던 분위기를 의식한 듯 “도시락 반찬에 나물밖에 없네. 이래서야 어디 힘쓰겠어”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정부가 보고한 내용에 대해 관행적으로 다가서지 말고 국민들이 체감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창조적 실용주의’를 거듭 강조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 한 인수위원은 “첫 성과물을 내는 자리라 사뭇 긴장됐지만 매우 진지하면서도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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