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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개가 인간과 통하는데 꼭 필요한 대화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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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개가 인간과 통하는데 꼭 필요한 대화사전'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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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체 글ㆍ이형진 그림ㆍ선우미정 옮김 / 들녘 발행ㆍ176쪽ㆍ1만2,000원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 우리는 이 사랑스러운 존재에 대해 얼마나 배려를 하고 있을까. 이 책은 인간 세태를 개의 시각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이기적인 인간으로 인해 개들이 얼마나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는 개의 생각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1견(犬)칭 시점’을 택했다. 덕분에 저자의 감정을 이입한 개 ‘오셀로’는 철학과 사회학을 넘나들며 발칙한 대사를 쏟아낸다.

공무원에 대해 “졸기 잘하고, 말이 별로 없으며, 사람들이 뭔가를 요구하거나 물어보면 갑자기 아무 것도 모르는 체 하는 존재”라는 오셀로는 “따지고 보면 집 지키는 우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사족을 붙이며 능청까지 떤다.

교육, 다이어트, 복제, 사랑 등 115개 단어에 대한 개의 해석을 듣고 있자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라는 감탄을 넘어 잠시 부끄러운 생각에 빠져든다. 현대인들이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다이어트에 대한 개의 입장은 어떨까.

“환자식이자 치료식. 아픈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를 위한 맞춤식 영양섭취법을 일컫는 말”이라고 주석을 단 오셀로는 “싱크대 앞에서 울부짖거나 빈 깡통을 핥아대는 소리를 내 다이어트 중독에 빠진 주인을 구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용어 설명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을 올리는 오셀로는 의외로 자신을 괴롭히는 매질에 대해서 담담하다. “체벌보다 더 소름 끼치는 게 있다. 인간들이 애정을 거둬들이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차라리 날 때려, 제발 버리지만 말아줘”라는 늙고 병든 개들의 하소연을 듣는 듯하다.

책은 표지에 굳이 “오셀로 지음, 율리 체 기록”이라고 밝히고, 책 어디서도 사람의 목소리를 내지 않음으로써 개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려냈다. 1974년 독일에서 태어난 지은이 율리 체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수리와 천사> (2001)가 27개 국어로 번역될 만큼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신예 작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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