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는 상승장보다는 하락장을 즐긴 투자자였다. 그는 주식 없이 매도계약을 체결하고는 이틀 뒤에 같은 양의 주식을 사서 갚는 공매도를 통해 무려 2조원의 재산을 모은 전설적인 개인 투자자였다. 그가 ‘월스트리트의 곰(하락장을 상징)’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우리 증시에 곰이 자주 출몰하면서 투자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14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말(12월 28일) 보다 6.92%나 빠졌고, 주식형 펀드도 2주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국에서도 제시 리버모어처럼 하락장을 즐기는 ‘청개구리 펀드’들이 있다. 이 펀드들의 특징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도록 설계됐거나, 선물과 옵션, 워런트 증권(ELW) 등 파생 상품을 통해 증시 하락 시에도 손실이 덜 나도록 위험 회피(헷지) 수단이 마련돼 있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청개구리 펀드’는 리버스인덱스 펀드. 이 펀드는 주식 현물이 아닌 선물 매매를 통해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질수록 수익이 나게 큼 설계된 펀드다. 때문에 증시가 하락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실제로 우리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선 지난 1개월동안 리버스 인덱스 펀드들은 모두 탁월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펀드가 장기투자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우리 증시가 적어도 2~3년간은 약세를 보여야 투자 매력이 있다는 맹점이 있다. 대부분의 펀드가 아직 설정액이 1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증시가 약세면 차라리 안전자산인 은행 예ㆍ적금에 들면 되지 굳이 펀드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반해 위험 회피 펀드들은 일단 증시가 하락할 때보다는 오를 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리버스 인덱스 펀드와는 다르다. 하지만 파생상품으로 위험을 조절해 하락장에서는 뛰어난 맷집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이들 펀드들의 성과는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날 정도로 좋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 커버드콜’ 펀드는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현재 주가보다 높은 행사가격의 KOSPI200 콜 옵션을 매월 매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주가가 월간 기준으로 매도 콜 옵션의 행사 가격 이상으로 급등하지 않으면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동부자산운용의 ‘델타주식혼합’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사고, 오를 때 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목표 수익률 20%를 달성할 때까지 주가가 오르면 수시로 차익을 실현해 안전자산으로 이전 시키는 반면, 주가가 떨어질 때는 풋 옵션(주식 현물을 행사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동시에 주식 편입비중을 더욱 늘려 저가 매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밖에 미래에셋 롱숏주식평 펀드는 주식 현물을 매수하는 동시에 선물을 매도해 증시 하락에 대비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펀드일수록 가입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들은 “파생상품이 가미된 펀드들은 하락폭이 제한된 만큼 상승폭도 제한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펀드 구조와 운용 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펀드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