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도 더블헤더를 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KT&G 주희정의 눈밑에 다크서클이 자리잡았다. 6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더니 8일 원주 동부 전에서도 3득점이 전부였다. 두 경기에서 주희정이 던진 슛은 2점슛 6개와 3점슛 4개가 전부. 그 중 2점슛 단 한 개를 성공시켰다.
올시즌 정규리그 MVP 영순위로 꼽히던 주희정이 웬일일까. 답은 ‘애끓는 부정(父情)’이었다. 주희정은 지난 5일 오전7시30분 분당 행복 가득 산부인과에서 둘째 딸 서정이를 품에 안았다. 아내 박서인(29)씨는 제왕절개 끝에 건강한 3.1kg짜리 아기를 남편에게 안겼다.
바로 전날 밤 전주 KCC와의 대접전을 1점 차 승리로 이끌고 주희정은 곧바로 분당으로 차를 몰았다. 아내의 곁에서 밤을 지샜고, 다음 날 역시 아내와 새로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하루종일 병원을 지켰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설레는 맘에 잠이 올 리 없었다. 결국 주희정은 다음날 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0’점을 기록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하루를 병원에서 아내 간병으로 보낸 주희정은 그 다음날인 6일 모비스 전에서 3점에 그쳤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던 주희정은 헬쑥한 얼굴로 “애기가 너무 건강해”라며 활짝 웃었다. “이제 정신 차리고 경기도 잘해야지”라던 행복한 ‘딸딸이 아빠’ 주희정은 7점 3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안양=허재원 기자 hooah@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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