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여풍(女風)도 '유리 천장'(Glass Ceiling)의 두터운 벽은 뚫지 못했다.
은행권 여성인력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 과장급 승진의 절반은 여성이 꿰찼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유리 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4대 시중은행의 인사(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내용을 살펴보면 과장급으로 승진한 직원은 1,289명으로 이중 52%(672명) 정도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과장급 승진자의 여성 비율은 우리은행이 79%(344명 중 270명)로 가장 높았고, 하나 46%(133명 중 61명), 신한 43%(262명 중 111명), 국민 41%(550명 중 230명) 등의 순이었다. 과장급으로 승진하려면 입사 후 보통 7~10년이 걸린다.
각 은행의 전체 남녀 직원 비율이 6대 4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명 중 1명 꼴로 여성 과장을 배출한 이번 인사는 여성 은행원에겐 고무적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과장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이 2005년 19.6%, 2006년 28%, 2007년 29% 등에서 얼마 전 40%대로 급상승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연공서열이 강했으나 능력위주로 가다 보니 일선 창구에서 우수한 영업실적과 꼼꼼한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여성의 능력이 갈수록 돋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의 허리 및 중추인 과장급은 여성 진출이 두드러졌으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본부장급 이상은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인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부행장 자리엔 여성이 전무했다. 여성 은행원이 승진할 수 있는 최대 상한선에 비유되는 유리 천장이 부행장직 아래 드리워있는 셈이다.
그나마 여성 부행장 명맥을 유지했던 국민은행의 신대옥 전 PB사업그룹 부행장도 2년 임기를 채우고 이 달 퇴임했다. 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은 역대 여성 부행장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않았다. 여성 본부장도 국민 49명 중 4명, 우리 47명 중 2명, 신한 41명 중 1명뿐이었다.
결혼ㆍ출산 등에 따른 조기퇴직으로 고위직 후보군에 들어있는 여성의 인재풀이 작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은행의 업무스타일이나 영업문화가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 금융인 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송년모임에서 "여성은 은행 창구직원과 보험설계사로만 머물며 소외됐다"며 "위로 올라갈수록 유리천장에 부딪히는 현실을 깨뜨려줄 정부의 정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성 과장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 인력 풀이 풍성해진다는 뜻이라 앞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도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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